“책만 팔지 않습니다”…출판사 북카페 ‘3사 3색’ 현장[출동!인턴]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강건우 인턴기자, 이지윤 인턴기자 = 온라인 서점이 도서 유통 시장을 장악하면서 출판사가 오프라인에서 독자와 직접 만날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에 출판사들은 단순히 책을 파는 목적을 넘어, 독자가 머물며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 다만 출판사들이 운영하는 북카페 형태의 공간이라도, 내부를 구성하고 도서를 다루는 운영 철학은 제각각이었다.

지난 9일 찾은 서울 마포구 동교로의 ‘1984’. 이곳은 출판사 1984에서 운영하는 북카페다. 출입문을 열자 세계문학과 인문서가 꽂힌 서가 사이로 음반과 안경, 향초 등 디자인 소품이 함께 진열돼 있었다.

카페라기보다 편집숍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지하 주차장 공간에서는 공연과 전시, 특강이 수시로 열린다. 실제로 책을 펼쳐 읽기보다 음반을 둘러보거나 소품을 구경하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반면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카페꼼마’ 합정점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천장까지 닿는 높은 서가가 공간을 감싸고 있었고, 손님들은 별다른 제약 없이 책을 꺼내 읽었다.

노트북으로 회의하는 직장인 옆에서는 소설을 필사하는 손님이 자리를 지켰고, 한쪽에서는 독서 모임이 한창이었다. 특정 출판사 책만 진열하지 않고 다양한 출판사의 도서를 큐레이션한 점도 특징이다.

이곳에서는 외국인 방문객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온 아나벨(26) 씨는 서가에서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의 원서를 읽고 있었다. 그는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들렀는데 프랑스어 원서까지 있어 반가웠다”며 “책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망원동의 ‘카페 창비’는 또 다른 방식이었다. 출판사 창작과비평이 운영하는 이곳은 서점과 도서관의 성격을 함께 담고 있었다. 판매용 도서와 열람용 도서를 구분해 운영했고, 구매해야 하는 책에는 별도 안내문을 붙였다. 한편에는 출판사가 기획한 전시와 굿즈도 함께 마련돼 방문객들이 창비의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카페를 찾은 중소 출판사 재직자 A씨는 “중소 출판사는 비용 부담 때문에 이런 공간을 직접 운영하기 쉽지 않다”며 “창비처럼 규모가 있는 출판사가 누구나 편하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점 자체가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 곳은 모두 출판사가 운영하는 북카페였지만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다. 1984는 책을 라이프스타일 상품과 함께 배치한 복합문화공간을, 카페꼼마는 누구나 자유롭게 머물며 책을 읽는 열린 서재를 지향했다. 카페 창비는 서점과 도서관의 기능을 절충하며 책을 읽는 경험과 구매를 함께 고려했다.

클릭 한 번이면 원하는 책을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는 시대다. 그럼에도 출판사들이 다시 오프라인 공간을 만드는 이유는 책을 판매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머물고, 대화하고, 문화를 경험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 북카페는 이제 커피를 마시는 장소를 넘어 출판사가 독자와 가장 가까이 만나는 접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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