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뉴시스] 김기진 기자 = 정부가 투기가 아닌 농지는 처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직접 진화에 나섰지만 농촌 현장은 ‘아직도 불안하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1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가 이달 들어 본격화되면서 경남 농촌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농사 관행’을 두고 농심(農心)불안이 커지고 있다.
오흥석 지리산청학농협조합장(농협중앙회 이사)은 “정부가 농지전수조사를 시작하면서 농지값이 크게 떨어졌다. 농지를 내놓는 사람은 많아졌고 사가는 사람이 없어 농지값이 떨어진데다가 거래조차 거의 없는게 현실”이라고 하소연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농지를 담보로 대출해서 겨우겨우 현상 유지해가면서 농사를 지어왔는데 농지전수조사를 한다고 하면서 해당 농지에 대해 재감정을 한다고 한다. 결국 감정가는 떨어지고 농지가 팔리지도 않고 해서 농가들은 빚만 더 늘어나게 생겼다. 가뜩이나 어려운 농가에 정부가 기름을 붓는 거 아니냐”고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정부는 고령이나 질병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농지 임대차는 현행법상 허용되고 정부 역시 명백한 투기 목적이 아닌 관행적 위반에 대해서는 곧바로 농지를 처분하도록 하기보다 임대차 관계를 양성화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송 장관도 “농지은행 위탁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적인 사안은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특별조치법을 통해 농지에 누적된 관행 임대차와 미허가 시설, 지목과 실제 이용 상태의 불일치 등을 정리할 계획이다. 특별법은 이달 발의해 연내 국회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부산·울산·경남 농지 56만여 필지에 대해 12월까지 심층조사를 마칠 예정이다.
농어촌공사 경남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농지은행 관련 경남지역 매도신청 접수면적은 2103ha이며 매입 완료 면적은 1129ha이다. 농지은행에 맡기려고 하는 농민은 많지만 접수 결과는 아직 절반에도 못 미친다.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은 농어촌공사가 고령농업인 등의 농지를 직접 매입해 청년농업인 등에게 타작물(쌀 이외 작물)재배를 조건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책정해 장기 임대하는 사업이다.
2022년 이후 농지 민간 거래 위축 등으로 인해 농지은행을 통한 매도 신청 수요가 예산 대비 크게 증가했고 농어촌공사는 관련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 집행하고 있지만 아직 속도가 더디다.
농지가격은 2024년 평균 경남지역 실거래가 5억700만원/ha 대비 2025년 평균 경남지역 실거래가는 4억7100만원/ha으로 7%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함안의 한 농지 임차주는 “8년 이상 직접 경작해야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보니 임대차를 공식화하는 것을 땅 주인이 주저한다. 땅 주인이 ‘직접 농사짓겠다’고 해서 돌려줄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또 쫓겨나는 임차농을 보호한다며 정부가 신고센터를 운영하지만, 같은 동네 사는 사이라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5월18일부터 농지 전수조사에 착수해 7월 말까지 행정정보를 대조한 1차 조사 결과, 조사 대상 136만㏊ 가운데 27%에 해당하는 30만㏊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했다.
조사에서는 농지 소유자와 실제 경작자가 일치하는지, 농지를 장기간 방치했는지, 허용되지 않은 임대차나 무단 전용이 이뤄졌는지 등을 확인한다.
농촌에서 특히 관심이 큰 부분은 이른바 ‘도지’다.
경남지역 농촌에서는 고령 등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진 토지 소유자가 이웃 농민에게 경작을 맡기고 수확물이나 일정액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별도의 계약서 없이 수십 년째 이어진 임대차나 문중 소유 농지를 인근 주민이 대신 경작하는 사례도 많다.
모든 도지 형태의 임대차가 불법인 것은 아니다. 고령이나 질병 등 법에서 정한 사유와 요건을 충족하면 개인 간 농지 임대차가 가능하다. 상속받은 농지 등도 일정 범위에서는 임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관행적으로 임대차가 이뤄진 경우다.
조사 과정에서 현행 농지법상 허용되지 않는 임대차로 확인될 경우 농지 소유자는 농지은행 위탁이나 임대차 관계 정비 등 적법한 방식으로 농지를 관리해야 할 수 있다.
정비 절차 없이 불법 임대차 상태를 유지하거나 농지 처분 의무·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행강제금 부과 등 행정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경남 진주의 한 농민은 “도농복합지역인 땅은 시간이 지나다보니 개발이 된 곳도 있다. 조상때부터 농사지은 땅이 개발이 되서 일부 농가가 이득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농촌에서는 투기와 무관하게 오랜 기간 구두로 이어져 온 경작 관계가 많다. 이번 기회에 땅을 정리해야 하는 부담도 적지 않아 서로 땅을 부동산에 내놓지만 거래조차 거의 없다”고 호소했다.
한편 농촌에서는 농지 투기를 차단해야 한다는 조사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투기성 농지와 생계형·관행적 임대차를 현장에서 얼마나 구분할 수 있을지가 이번 조사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16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국회는 농민을 참고인으로 채택해 농가 현실을 청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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