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 내고 고향으로”…오후 되자 서울 기차역·터미널 ‘북적’

[서울=뉴시스]최은수 염지윤 수습 기자, 이은서 인턴기자, 이지우 인턴기자 = “추석 잘 보내고 회사에서 봐요. 연락하지 맙시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4시께 서울 용산역 대합실. 정장 차림에 백팩을 멘 직장인들이 선물 상자를 든 채 인사를 나눴다. 회사가 평소보다 일찍 업무를 마치자 함께 역으로 온 동료들이었다. 인사를 마친 이들은 각자 고향행 열차를 타러 흩어졌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사는 직장인 이승지(32)씨도 이날 오후 3시 퇴근한 뒤 동료들과 용산역을 찾았다. 고향인 목포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이씨는 “반차를 신청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회사에서 아예 조기 퇴근할 수 있게 바꿔준 것 같다”며 “집에 가면 엄마가 해주는 집밥을 먹고 가족들과 편하게 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역과 용산역,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는 일과와 수업을 마치고 고향으로 향하는 시민들이 몰렸다. 오전부터 이어진 귀성 행렬에 이들이 합류하면서 대합실과 승강장은 시간이 갈수록 붐볐다.

오후 3시30분께 용산역 대합실 의자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승객들은 기둥과 벽에 기대거나 바닥에 가방을 깔고 앉아 열차를 기다렸다. 벽면 콘센트 주변에는 휴대전화를 충전하며 주저앉은 승객들이 모여 있었다. 캐리어 옆에 과일·한과·선물세트를 둔 귀성객도 눈에 띄었다.

승차권 무인발매기 앞에서는 입석이나 취소표를 구하려는 시민들이 시간대와 목적지를 바꿔가며 남은 표를 확인했다. 발권 창구에서는 저녁 대구행 표를 묻는 승객에게 역무원이 입석까지 모두 매진됐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박주희(43)씨는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두 자녀의 수업이 끝나자마자 공주행 열차를 타러 역에 왔다. 남편이 일을 일찍 마치지 못해 박씨와 아이들이 먼저 시댁으로 향했다.

박씨는 “우리 세 명 표는 구했는데 아이 아빠 표는 실패해 매일 새벽 취소표를 찾다가 입석 하나를 잡았다”며 “내일은 표가 더 없을 것 같아 아이들 학교가 끝나자마자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오후 4시30분께 열차 도착 안내방송이 나오자 캐리어를 든 승객들이 승강장 에스컬레이터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병목이 빚어지기도 했다.

같은 시간 서울역도 귀성객들로 북적였다. 대합실은 캐리어를 끄는 사람들로 동선이 엇갈려 걸음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였다. 승객들은 전광판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열차 시간과 승강장을 확인했다. 질서 안내 요원은 통로에 멈춰 선 이들에게 이동해달라고 안내했다.

탑승 안내방송이 나오자 승객들은 캐리어와 선물 꾸러미를 챙겨 발걸음을 재촉했다. 출발 시간이 임박해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승객도 있었다. 승강장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도 긴 줄이 늘어섰다.

부산으로 향하는 최모(48)씨는 하루 연차를 내고 두 딸과 함께 귀성길에 올랐다.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주먹밥으로 허기를 달랬다.

최씨는 “지난 설에 가고 이번에 다시 간다”며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밥을 먹고 오랜만에 이야기도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8살 딸은 부산에서 가장 기대되는 일을 묻자 “할머니, 할아버지가 선물을 사준다고 해서 기대된다”고 수줍게 답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도 귀성객들로 붐볐다.

대합실 좌석은 가득 찼고 빈자리가 나면 곧바로 채워졌다. 매표 창구마다 현장 발권을 하려는 승객들이 줄을 섰다. 오후 4시께부터는 회사에서 곧장 온 듯한 정장 차림 승객들도 늘었다. 승강장에서는 버스 짐칸에 캐리어와 선물 상자를 싣는 모습이 이어졌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인턴으로 일하는 우모(24)씨는 이날 오후 3시 일을 마친 뒤 곶감 한 상자를 들고 아산행 버스를 기다렸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우씨는 일을 시작한 뒤 석 달 만에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우씨는 “이번에 월급이라는 것도 처음 받아봐서 신나서 곶감 한 상자를 사 들고 간다”며 “하루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서 어제 급하게 표를 끊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들 크고 바빠지면서 가족들이 흩어지는 게 슬프다”며 “설이나 추석에는 꼭 얼굴을 보기로 했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총 이동 인원은 3093만명으로 추산된다. 귀성길은 24일 오전이 가장 혼잡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최대 10시간30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yeom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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