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권민지 기자 = 한때 브랜드의 얼굴이었던 창업자들이 회사를 떠난 뒤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재창업부터 사업 전환, 활동 중단까지 엇갈린 행보는 달라진 창업 생태계를 보여준다.
이들 사례는 ‘브랜드 성공=장기 경영’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투자 유치와 엑시트를 거치며 창업자가 경영에서 물러나는 구조가 일반화되면서, 이후 커리어는 재창업, 인수, 개인 IP(지식재산권) 확장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마뗑킴 김다인 창업자, 재창업으로 두번째 브랜드 도전
마뗑킴(MATIN KIM)은 2015년 블로그마켓에서 시작됐다. 1992년생의 김다인 창업자는 23살에 단 6만원만 들고 동대문 시장 사입으로 패션계에 입문했다.
한 차례 실패를 겪은 그는 어머니에게 30만원을 빌려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코트를 시작으로 티셔츠, 신발 등으로 취급 품목을 넓혀갔다. 고객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의류제작에까지 영역을 넓혔다.
2018년 법인을 설립한 마뗑킴은 2021년 대명화학 계열사 하고하우스에 인수됐다.
인수 후에도 매출은 계속 늘어 2023년에는 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분 매각 후에도 대표직을 유지하던 김다인 창업자는 ‘지금 가장 빛나는 여성 리더 7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김 창업자는 마뗑킴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약 반 년의 휴식기를 가진 김다인 창업자는 2024년 5월, 정통 패션기업 세정그룹 2세인 박이라 오뷔엘알 대표와 손잡고 여성 패션브랜드 ‘다이닛(DEINET)’을 론칭했다.
‘DEINET(다이닛)’은 디렉터인 김다인 대표의 이름을 독일식으로 표기한 DEIN과 + ‘ET’ (그리고, 및,&)의 합성어다.
브랜드명의 어원처럼 DEINET은 확장 가능성을 담아 미니멀하고 클래식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실루엣을 고객에게 제안한다.
‘마뗑킴’으로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던 김다인 대표는 새 브랜드 ‘다이닛’ 론칭 후 2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한 김 대표는 두번째 브랜드 론칭 이유를 말하며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도전하고 싶었다”며 “앞으로 K-패션을 이끄는 선두주자가 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티르티르 이유빈 창업자, 이너웨어 인수해 신사업 시작
티르티르는 2017년 뷰티인플루언서인 이유빈 대표가 창업한 브랜드다. 물광 화장품과 도자기 크림으로 인기를 끌었고, 창업 다음해인 2018년 122억의 매출을 올리며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매출 1237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억원 매출을 돌파했다. 대표제품인 ‘마스크핏 레드쿠션’은 30종 색상으로 출시되며 인종에 상관 없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2023년 3월, 사모펀드 더함파트너스가 티르티르 지분 약 63.6%를 890억원에 사들이며 경영권을 인수했고, 이후 지난해 4월 구다이글로벌이 1500억원에 이를 다시 인수했다.
이유빈 전 대표는 2대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다 작년 8월 티르티르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K-뷰티 성공 신화를 쓴 이유빈 전 티르티르 대표는 이번에는 이너웨어 브랜드 ‘마른파이브’를 인수하며 속옷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1일 이유빈 대표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너웨어 브랜드 마른파이브 인수 사실을 알렸다.
티르티르 엑시트 이후, 차기 행보로 이너웨어를 선택한 것이다.
마른파이브는 ‘편안함’을 중심으로 피부에 자극 없는 자연 소재의 이너웨어 제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다양한 체형을 아우르는 ‘플러스 웨어(PlusWear)’를 선보인다는 브랜드 철학을 가지고 있다.
마른파이브는 2017년 설립 이후 연평균 40%의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누적 매출 1100억원을 돌파한 브랜드다.
이 대표는 마른파이브 인수를 공식화하며 “단순한 이너웨어가 아니라 여성의 몸과 일상, 회복까지 확장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선택한 것”이라 밝혔다.
이어 “한 번의 성공은 우연일 수 있지만 두 번째는 진짜 실력으로 만들어진다”며 티르티르에 이어 마른파이브의 성장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

◆런베뮤 이효정(료) 공동 창업자, 활동 중단 속
런던베이글뮤지엄은 2021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1호점을 열며 시작됐다. 런베뮤 창업자는 4명으로, 그 중 브랜드총괄디렉터(CBO)를 맡고 있는 료(이효정)가 가장 잘 알려져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영국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에 베이글이라는 이국적인 메뉴를 필두로 고객의 ‘감성’을 자극했다.
원래의 단단한 베이글을 과감히 버리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쫄깃한 식감을 구현해냈다.
이 과정에서 료 디렉터는 브랜드의 콘셉트와 비주얼 설정, 공간 기획 등을 주도적으로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과 동시에 입소문 났고, ‘단 하루도 줄을 서지 않은 날이 없다’라고 표현할만큼 국내 고객은 물론 해외 여행객들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2024년에는 8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에 지난해 7월 한 사모펀드 운용사는 런던베이글뮤지엄 운영사 LBM의 지분 100%를 약 2000억 원 규모에 인수했다.
이 디렉터는 이후에도 CBO직은 유지하며 산문집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을 출간했다.
해당 책은 한때 서점 에세이 영역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기도 하며 이 디렉터는 강연, 전시, 사인회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개인 지식재산권(IP)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27일, 인천점에서 일하던 26세 근로자 A씨가 주80시간에 가까운 근무 끝에 사망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런던베이글뮤지엄의 강관구 대표는 의혹 제기 다음날인 28일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브랜드 총괄 디렉터를 맞고 있던 이 씨가 책임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이 씨는 SNS를 비공개로 돌린 후 활동을 중단했고, 이후로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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