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 “각국,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22일 오랜 관행에 따라 유엔총회에서 193개 회원국 중 첫 번째 지도자로 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에 각국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격화되는 세계적 갈등에 대응해 세계 지도자들의 더욱 강력한 조치도 촉구했다.

룰라 대통령이 내정 간섭 금지를 언급한 것은 브라질 대선을 불과 몇 주 앞두고 외부 간섭을 비판한 것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 “브라질, 누구의 뒷마당도 아니야”

룰라 대통령은 “국내든 해외든 민주주의의 적들이 국민의 의지를 훼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라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은 앞으로도 주권 국가로 남을 것이다. 누구도 우리를 이 길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의 이같은 연설은 미국의 노골적인 대선 개입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브라질 대선은 다음달 4일 1차 투표에 이어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5일 결선 투표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쿠데타 시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27년형을 선고받아 가택 연금 상태에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하며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양국 관계는 그후 더욱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룰라 대통령이 4선에 도전하는 다음달 대선에 대해서도 개입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룰라의 경쟁자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인 플라비오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개적으로 보우소나루를 지지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5월 28일 브라질 최대 범죄조직인 코만두 베르멜류(CV)와 프리메이루 코만두 다 카피탈(PCC)을 외국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일부 분석가와 정치인들은 이 조치가 룰라 대통령이 조직 범죄에 대해 관대한 인물로 비춰지도록해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룰라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브라질의 선거 제도가 “현대적이고 견고하다”며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여론을 왜곡하려는 허위 정보 유포 시도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브라질은 누구의 뒷마당도 아니다. 우리는 또다시 선거 과정에 대한 외부 간섭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에 대한 유엔의 미온적인 대응도 강하게 비판하고 안전보장이사회의 개혁을 촉구했다.

룰라 대통령은 “유엔은 인류를 전쟁의 참화로부터 구하는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엔의 신뢰도는 그 어느 때보다 낮아졌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강자의 법칙에 대한 양보는 모든 한계를 넘어섰다”며 “전쟁은 다른 수단을 통한 정치의 연장이 아니라 정치의 완전한 붕괴”라고 말했다.

◆ 브라질 유엔총회 첫 연설, 1955년 이래 관행

브라질 정상이 유엔 회원국 중 첫 번째로 유엔 총회 연설을 한 것은 1955년 제10차 총회 때부터다.

어느 나라 정상도 총회에서 먼저 연설하기를 꺼리는 가운데 브라질이 먼저하겠다고 나서 관행이 됐다는 것이다.

브라질 다음은 유엔 본부가 위치한 미국 정상이 연설한다.

1주일 남짓 이어지는 각국 지도자의 연설인 ‘일반 토론’의 발언 순서는 연설하는 인물의 위상과 직위, 각국이 원하는 날짜, 지역적 균형 등이 복합적으로 감안돼 결정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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