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도 새벽도 느리다”…유통가, ‘즉시배송’ 퀵커머스 경쟁 점화

[서울=뉴시스]권민지 기자 = 유통업계가 퀵커머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단순한 ‘더 빠른 배송’ 경쟁이 아니라 장보기 방식과 유통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흐름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퀵커머스는 주문 후 1~2시간 내 배송되는 서비스다. 한때 높은 물류비 부담으로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최근 들어 역할이 달라졌다.

당일배송과 새벽배송이 보편화되면서 속도 자체의 차별성은 약해진 반면, ‘지금 필요한 것을 즉시 소비하는’ 수요가 일상화되면서 독자적인 시장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시장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올해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를 5조원으로 예상했고,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 역시 연평균 7%대의 퀵커머스 시장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실제 국내 사업자들의 성과도 퀵커머스가 ‘보조 채널’에서 ‘주력 채널’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

배달의민족 B마트는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주문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고 고객 수와 거래액도 각각 22%, 36% 늘었다. 월 3회 이상 이용하는 고객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특히 신선식품 매출이 50% 이상 증가한 점은 즉시배송이 ‘급할 때 쓰는 서비스’를 넘어 일상 장보기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구매 방식의 변화다. 소비자가 장을 미리 계획해 한 번에 보는 대신 필요할 때마다 나눠서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동하면서 퀵커머스가 자연스럽게 메인 채널로 올라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사들이 퀵커머스 서비스를 확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퀵커머스는 단순 매출 채널을 넘어 기존 자산을 이용해 효율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기존 기업형 슈퍼마켓(SSM) 기반으로 시행하던 퀵커머스를 대형마트까지 확장하며 오프라인 매장의 물류 거점화를 추진하고 있다. 매장을 판매 공간에서 도심형 물류센터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홈플러스는 쿠팡이츠와 협업을 시작한 이후 참여 점포를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달 8개, 이달 11개 점포가 추가되면서 쿠팡이츠 장보기·쇼핑 내 홈플러스 마트 입점 점포는 총 47개로 확대됐다. 기존 자체 유통망에 플랫폼 배송망을 더해 퀵커머스 저변을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SSG닷컴 역시 이마트 점포를 활용한 ‘바로퀵’으로 반경 3㎞ 내 배송망을 구축했다. 이달에는 무료배송과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수요 확대에 나섰다.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바로퀵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SSG닷컴은 올해 90곳까지 거점 점포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대형 물류센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근거리 물류를 강화하는 시도다.

편의점 업계도 전국 점포망을 기반으로 배달 플랫폼에 입점하며 생활 밀착형 퀵커머스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GS25는 편의점 업계 중 유일하게 자체 플랫폼 ‘우리동네GS’ 앱을 통해 픽업과 배달 주문을 운영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5개 중점 카테고리 중 하나로 퀵커머스를 선정했다.

신선식품 중심 이커머스 컬리도 자사 퀵커머스 서비스 ‘컬리나우’ 도심 거점 확장에 나섰다. 컬리는 DMC, 도곡에 이어 지난달 서초점을 추가로 열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컬리나우 주문량이 전년 대비 약 2.5배 증가한 점을 바탕으로 오피스와 주거시설이 밀집한 서초를 새로운 거점으로 선택했다.

기존 새벽배송이 계획형 소비를 담당했다면 퀵커머스는 낮 시간대 즉시 수요를 흡수하는 보완 축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현재 퀵커머스 경쟁은 ‘누가 더 빠르냐’가 아니라 ‘누가 더 일상에 깊게 침투하느냐’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속도는 기본값이 됐고 상품 구성과 가격, 물류 효율, 상권 장악력이 새로운 경쟁 변수로 떠오르는 단계다. 유통 채널 간 경계가 흐려지면서 퀵커머스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잇는 핵심 접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퀵커머스 확산에도 오프라인 기반 유통사의 경우 제도적 제약 등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는 퀵커머스도 함께 운영이 제한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다만 신선식품 경쟁력과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중심으로 차별화를 강화해 퀵커머스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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