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미중 관계를 풀어가려는 반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양국 간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실용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환대에도 주요 현안을 둘러싼 양국의 이견은 여전했다.
2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을 분석하며 두 정상이 서로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에 뚜렷한 차이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시 주석과의 관계를 “양국 정상 간 역대 최고”라고 평가하고 “지금처럼 사이가 좋았던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미국에 도착했을 때 직접 공항 활주로에서 영접하는 등 이례적인 예우도 제공했다.
반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근한 표현에 같은 방식으로 화답하지 않았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인 친분을 통해 미중 관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미중 갈등을 관리하고 돌발적인 충격을 피하기 위한 실용적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특히 시 주석이 국빈 만찬에서 평소 즐겨 입는 서양식 정장 대신 중국 공산당의 권위를 상징하는 ‘마오 슈트’를 선택한 점에 주목했다.
중국 정치 전문가 조지프 토리기언은 시 주석의 옷차림에 대해 중국이 자국의 체제와 정체성을 바꾸지 않고도 미국의 환대를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이를 1979년 미국을 방문한 덩샤오핑 전 중국 지도자가 텍사스에서 카우보이모자를 썼던 장면과 대비했다. 당시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에 나선 중국을 서방과 연결하려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면, 이번 시 주석의 마오 슈트는 미국이 제공하는 것은 받아들이면서도 중국 자체는 바꾸지 않겠다는 상반된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실질적인 회담 성과도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은 무역 갈등 일부를 완화하고 농업 등 비민감 분야의 교역을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양국 관계를 둘러싼 주요 이견과 전략적 경쟁은 그대로 남았다.
당초 시 주석의 방미에 중국 기업인들이 동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빈 만찬에는 중국 기업인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양국 정상이 대규모 사업 계약을 발표하거나 미국과 중국 기업인들이 직접 교류할 기회도 무산됐다.
WSJ에 따르면 중국 측은 당초 기업인들을 보내기로 하고 이들이 어떤 미국 당국자와 만나고 행사에 참석할지 등을 문의했지만 미국 측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등 미국 기업인들이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난 바 있다.
이란 문제에서도 입장 차이가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란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지 않고 있으며, 시 주석은 미국과 이란 양측에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WSJ은 화려한 의전에도 미중 관계의 근본적인 갈등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개인적 우정을 강조한 반면, 시 주석은 중국의 체제와 핵심 입장에서 별다른 양보를 하지 않은 채 회담을 마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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