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
과학자들이 강력한 레이저로 극한의 온도와 압력을 가해 다이아몬드를 압축해 녹는 온도를 훨씬 정확하게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실험값과 이론적 예측 사이에 존재했던 오랜 불일치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자외선 레이저를 이용해 다이아몬드의 녹는 온도를 정밀하게 측정한 연구 결과를 최근 보도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발표됐다.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천연 물질인 다이아몬드가 녹는다는 사실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강력한 레이저를 적절한 조건에서 가하면 다이아몬드도 녹는다. 다이아몬드가 레이저 충격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레이저를 이용한 핵융합 기술 개발에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극한 환경에서 다이아몬드가 어떻게 변화는 지 정확하게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 왔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물리적으로 매우 독특한 물질이다. 실험 데이터와 이론 모델이 대부분 잘 들어맞음에도 불구하고, 녹는 온도를 놓고는 오랫동안 의견이 엇갈렸다. 기존 실험 데이터와 이론적 예측 사이에는 약 섭씨 1244도, 약 20%에 달하는 차이가 있었다. 또 다이아몬드가 녹기 직전 원자 구조를 재배열해 다른 형태의 고체 탄소로 변하는지를 놓고도 논란이 이어졌다.
이는 다이아몬드가 녹는 환경이 워낙 극단적이어서 지구상의 실험실에서 이를 직접 측정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약 20년 동안 이어져 온 이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미세한 합성 다이아몬드 시료에 강력한 자외선 레이저를 조사해 초고압의 충격파를 발생시켰다. 충격파가 시료를 통과하자 투명했던 다이아몬드가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는 상태로 변했다. 이처럼 반사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은 다이아몬드가 녹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연구진은 여기에 다이아몬드에서 방출되는 빛의 밝기를 측정하는 온도 측정법과 X선 회절 분석 등을 결합해 시료의 온도와 원자 구조, 밀도, 광학적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연구 공동 저자인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마리우스 밀롯 연구원은 “아주 작은 다이아몬드 시료를 태양 표면보다 뜨거운 온도와 천왕성 및 해왕성 중심부보다 높은 압력으로 충격 압축해 원자 구조와 온도, 밀도, 광학적 반사율을 측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다이아몬드가 녹기 시작하는 온도는 기존 실험값보다 약 700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측정값은 기존 이론적 예측과도 일치해 그 동안 실험과 이론 사이에 존재했던 불일치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X선 회절을 이용해 시료의 원자 구조도 분석했다. 그 결과 해당 실험 조건에서 다이아몬드는 녹기 전에 다른 형태의 고체 탄소로 전이하지 않고, 다이아몬드 구조를 약 1테라파스칼(TPa)의 압력까지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에 제시됐던 ‘다이아몬드가 녹기 전에 고체탄소(BC8)로 바뀐다’는 연구 결과와 배치된다.
다만 연구진은 여러 차례 강한 충격을 가하거나 충격을 가하는 경로가 달라질 경우 다른 상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연구는 충격 압축 방식에 따라 다이아몬드의 상변화 거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약 660~1천60기가파스칼(GPa)의 압력과 약 섭씨 6727도(약 7천K)의 온도에서 다이아몬드가 액체 탄소 속에 고체 덩어리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압력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다이아몬드가 액체 탄소로 녹아 들었다.
액체 탄소는 지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석탄이나 흑연, 다이아몬드와는 다른 독특한 물질이다. 금속성을 띠기 때문에 전기가 통하며, 밀도도 고체 다이아몬드보다 높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액체 탄소가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고체 다이아몬드가 액체 탄소보다 밀도가 낮아 마치 물 위의 얼음처럼 액체 속에 떠 있을 수 있다.
이처럼 극한 환경에서 다이아몬드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천왕성과 해왕성 같은 얼음 거대 행성의 내부 구조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들 행성 내부의 높은 압력과 온도에서 탄소가 다이아몬드 형태로 존재하거나 액체 탄소와 함께 섞여 있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천왕성과 해왕성 내부에서 탄소가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또 극한 환경에서 탄소가 어떻게 순환하는지를 이해하고 관련 행성 내부 모델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