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잃은 정신과 의사 “주식 포모로 우울증 환자 늘어…’전치 4주’ 고통”

[서울=뉴시스]이기주 인턴 기자 = 최근 코스피 지수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주식 투자로 인한 불안감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종석 원장은 “욕망과 불안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삶과 본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4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종석 원장이 YTN 라디오 ‘조태현의 생생경제’에 출연해 “2017~2018년 무지성 투자와 뇌동매매, 영끌 투자로 약 3억2000만원의 손실을 봤다”며 “포모(FOMO·소외 공포)와 욕망 때문에 코스닥, 바이오, 정치 테마주 등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입었고 이후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당시 주식 중독이나 투자로 인한 우울증을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의료진을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주식 중독은 아직 정식 진단명으로 등재되지 않아 진단 기준이나 치료법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스스로 자가진단 기준과 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 회복했고, 지금은 이를 바탕으로 주식 중독 상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지난해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자신의 투자 실패 경험과 주식 중독 극복 과정을 공개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어 “최근 증시 급락 이후 주식 손실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신규 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포모 증후군은 뇌과학적으로 설명되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이 수천만 원, 수억 원의 투자 수익을 올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뇌에서는 실제 통증과 유사한 반응이 나타난다”며 “‘사회적 통증(social pain)’은 연구에서 전치 4주 수준의 신체적 고통에 비견될 정도로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SNS를 통해 타인의 성공을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포모 증후군이 심해졌다”며 “편집된 성공을 자신의 현실과 비교해 불안과 열등감을 키우고 무리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워런 버핏이나 일론 머스크가 돈을 버는 것보다 평소 함께 지내던 친구가 하이닉스 투자로 2억원을 벌어 더 좋은 아파트로 이사 갔다고 하면 더 큰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며 “친구의 성공을 자신의 자존감과 연결 짓는 순간 편도체가 자극되고 코르티솔이 분비돼 불면증과 충동적인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초심자의 행운도 중독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처음 큰 수익을 경험하면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뜨렸을 때처럼 강한 도파민이 분비되고, 같은 쾌감을 다시 얻으려 투자에 집착하게 된다”며 “주식 중독은 뇌의 도파민 보상회로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도박이나 마약 중독과 기전이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물타기’ 투자에 대해서도 “계획된 분할매수는 전략이 될 수 있지만 손실을 만회하려고 영끌이나 대출까지 받아 투자하는 것은 저가매수가 아니라 뇌동매수”라며 “투자는 농사를 짓듯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주식 때문에 가족과 다툰 적이 있는지 ▲손실 본전에 집착하는지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린 적이 있는지 ▲2배 이상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는지 ▲업무 시간에도 반복적으로 시세를 확인하는지 등 14개 자가진단 항목 중 5개 이상 해당하면 위험 신호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주식 앱을 삭제하고 차트를 보지 않는 탈감작 과정이 우선”이라며 “운동이나 취미, 본업처럼 건강한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활동에 집중하고, 혼자 어렵다면 가족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의 투자 수익을 따라잡으려 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키우는 것이 가장 건강한 투자”라며 “종목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 내 최고의 우량주는 결국 나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ufo02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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