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서영은 인턴 기자 = 해외에서 남편의 폭력을 피해 아이를 데리고 국내로 입국한 여성이 아동반환청구 소송에 휘말려 자녀를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지를 두고 고심 중인 사연이 알려졌다.
21일 오전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중 남편의 가정폭력에 3살 딸을 데리고 한국으로 귀국한 30대 여성 A씨의 사례가 소개됐다.
사연에 따르면 A씨는 미국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으나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갈등을 겪었다. 그러던 지난해 1월 남편은 말다툼 도중 A씨의 얼굴에 멍이 들 정도로 주먹을 휘둘렀다. 충격을 받은 A씨는 남편에게 알리지 않은 채 딸을 데리고 곧장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후 A씨는 국내 직장에 다니며 아이를 서울의 어린이집에 보내며 1년 넘게 생활해 왔다. 그동안 남편은 메신저 등으로 연락을 취하며 미국으로 돌아올 것을 설득했으나 A씨가 이를 거부하자 최근 한국에 입국했다. 이어 공동 양육권자인 자신과 상의 없이 자녀를 데려간 것에 대해 올해 5월 가정법원에 아동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자녀를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지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게 됐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홍수현 변호사는 “공동 양육자인 남편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자녀를 데리고 귀국한 행위는 남편의 양육권 침해이자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이 규정한 불법 이동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칙적으로는 아이를 다시 남편이 있는 미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짚었다.
다만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남편의 청구가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협약상 불법 이동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고, 아동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면 자녀의 인도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변호사는 “1년 경과 여부는 소송이 법원에 접수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며 “A씨가 지난해 1월 미국을 떠났고 남편이 올해 5월에 청구를 제기했다면 이미 1년이 지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국내 환경에 잘 적응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반환 청구는 기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가 1년 전 미국 현지에서 당한 폭행에 대해서는 국내법으로도 남편을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 변호사는 “우리 형법은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남편이 한국 국적이라면 외국에서 저지른 죄도 처벌이 가능하다”며 “설령 남편이 미국 시민권자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형법 제6조(외국인이 국외에서 범한 죄)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정폭력은 미국 현지 법률로도 범죄를 구성하며,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남짓 지나 공소시효도 문제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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