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재준 기자 = 영국 고등법원은 휴대전화 표준필수특허(SEP) 사용을 둘러싼 분쟁에서 삼성전자와 중싱통신(中興通訊 ZTE) 간 라이선스 비용을 3억9200만 달러(약 5780억원)로 산정하고 삼성전자에 일시금 지급을 명령했다.
등신망(騰訊網)과 이코노믹 타임스, MSN에 따르면 런던 고등법원은 1일(현지시간) 2021년 SEP 특허 사용 계약 만료 이후 양측이 재계약 조건에 합의하지 못하고 다툼을 벌이는데 대해 이 같은 정산금을 ZTE에 주라고 판시했다.
재판을 맡은 리처드 미드 판사는 이날 정산금을 양측 주장 사이에서 절충된 금액으로 정했다. 그간 삼성전자가 최대 2억 달러를 주장한 반면 중싱통신은 7억3100만 달러를 요구했다.
양측은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항소할 권리를 갖는다.
이번 판결은 양사가 다수 국가에서 벌이고 있는 동시 소송 가운데 영국에서 내려진 것으로 글로벌 공정·합리·비차별(FRAND) 조건을 사실상 제시했다고 평가된다.
해당 특허는 스마트폰이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다.
법적 분쟁은 삼성전자가 2024년 12월 영국 법원에 FRAND 조건 확정을 요청하며 본격화했다. 이후 중국, 독일, 브라질, 미국 등 여러 사법 관할에서 병행 소송으로 확대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최소 17건의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며 특허침해, FRAND 요율, 반독점 문제 등을 다투고 있다.
이번 분쟁의 핵심 쟁점은 4G 및 5G 표준필수특허 가치 평가, 기존 계약 효력, 제재 환경과 협상력 차이에 따른 비(非)FRAND 요소 반영 여부 등이다.
삼성전자는 영국 법원에서 글로벌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중싱통신은 중국 충칭 법원 관할을 선호했다.
런던 고등법원은 비교 가능한 라이선스 계약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요 계약을 배제했다. 삼성전자와 에릭슨, 노키아 간 계약과 인터디지털 관련 계약은 특허 구성 차이와 금지명령 위험 프리미엄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채택하지 않았다.
일본 및 일부 중국 업체 계약도 요율 편차가 커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법원은 중싱통신과 애플 간 2020년 계약을 핵심 비교 기준으로 삼았다. 다만 당시 계약에는 비FRAND 할인 요소가 포함됐다고 보고 이를 보정해 최종 요율을 산정했다.
또한 과거 협상에서 중싱통신이 미국 제재, 현금흐름 압박, 초기 라이선스 경험 부족, 5G 특허 준비 미흡 등의 영향으로 특허 가치가 과소평가됐다고 판단해 일정 부분 상향 조정했다.
요율 산정 방식은 업계 관행에 맞는 단말기당 정액(DPU) 방식을 적용했다. 중싱통신이 주장한 매출 연동 방식은 상한이 없어 FRAND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1년 계약 범위와 관련해서는 삼성전자 측 해석이 인정됐다. 해당 계약이 실질적으로 5G 특허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2024년 소송 제기 전 기간 동안 판매 행위도 정당한 라이선스 범위에 들어간다고 판단했다.
비특허 조건에서도 법원은 2021년 계약 틀을 유지하도록 했다. 셀룰러 및 비셀룰러 표준필수특허와 비표준특허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라이선스를 인정하고 상호 소송금지 및 특허 이전 시 자동 라이선스 부여 조항을 포함했다. 중싱통신이 제안한 셀룰러 특허로 한정하는 방안은 FRAND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영국은 2020년 대법원 판례 이후 글로벌 FRAND 조건을 설정할 수 있는 대표적 특허 소송 관할지로 자리 잡았다. 중국 법원 역시 유사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 양측이 각각 다른 관할에서 판단을 구하는 상황이다. 충칭 법원은 이미 한 차례 심리를 진행했으며 판결을 앞둔 상태다.
이번 판결 이후 양측이 글로벌 합의에 이를지 여부가 주목된다. 다만 판결문에 따르면 중싱통신은 아직 영국 법원의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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