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
애플이 15년 만에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다. 오는 9월 팀 쿡이 물러나고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수석 부사장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세계 최고 기업 애플의 평화적 권력 이양이다.
팀 쿡의 시대는 2011년 8월 24일 시작됐다. 당시 암 투병 중이던 스티브 잡스의 낙점으로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팀 쿡을 발탁한 잡스는 불과 2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언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언론들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던 스콧 포스톨, 애플 디자인의 심장 조니 아이브 등에 더 주목했다. 그런 상황에서 ‘유통 전문가’ 팀 쿡이 전면에 등장하자 공공연하게 혁신의 종말을 이야기했다.
팀 쿡 등장 이후 많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팀 쿡이 잡스만큼의 혁신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팀 쿡은 ‘잡스의 복사본’이 되기를 거부했다. 대신 애플의 혁신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확장했다. 잡스가 아이폰이라는 ‘점’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을 새롭게 만들었다면, 팀 쿡은 그 아이폰을 모바일 생활의 중심축으로 키워내며 일상의 혁신을 완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다. 팀 쿡 취임 당시 미미했던 서비스 사업 부문은 이제 연간 매출 1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애플의 핵심 혈관이 됐다.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 애플 뮤직, 애플 페이 등은 기기 사용자들을 강력하게 결속시키는 생태계의 고리가 됐다. 덕분에 사용자가 애플 기기를 떠날 수 없게 만드는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경영 철학 또한 분명했다. 공급망 관리(SCM) 대가로서 운영 효율화를 극한으로 끌어올렸고, 개인정보 보호를 인권의 영역으로 격상시키며 기업의 가치를 높였다.
2011년의 애플이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던 회사였다면, 2026년의 애플은 ‘사용자의 가치를 어떻게 보존하고 생태계 내에서 연결할 것인가’를 증명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취임 당시 3000억 달러 수준이던 시가총액은 이제 4조 달러를 돌파했다. 연매출 1000억 달러였던 애플을 물려받은 팀 쿡은 4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팀 쿡에겐 잡스같은 화려한 후광은 찾기 힘들다. (굳이 야구에 비유하자면) 잡스가 홈런을 뻥뻥 쏘아 올리는 화려한 타자였다면, 팀 쿡은 좀처럼 실책을 범하지 않으면서 묵묵히 팀을 승리로 이끄는 내실 있는 선수였다.
물론 팀 쿡에게도 숙제는 있다. 급변하는 AI 기술 경쟁에서의 다소 늦은 출발, 그리고 여전히 높은 중국 의존 리스크는 그가 후임자에게 넘기는 묵직한 바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EO 팀 쿡’은 경영 역사상 가장 탁월한 선택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그는 거대 기업의 권력 이양이 ‘전임자의 카리스마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전임자의 토대 위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보완재가 되는 것’임을 증명했다.
잡스에서 팀 쿡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애플이 단순한 제조사를 넘어 지속 가능한 생태계의 주인으로 성장해 온 과정이다. 이제 존 터너스가 팀 쿡의 뒤를 이어 애플의 혁신을 이끌게 됐다.
운영의 달인 팀 쿡이 물러난 자리를 메울 하드웨어 엔지니어 출신 존 터너스는 다시 한번 제품 혁신의 불꽃을 지필 수 있을까? 떠나는 팀 쿡의 뒷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애플의 다음 15년을 기대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