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기주 인턴 기자 = 생애 주기 동안 수행하는 직무의 성격이 노년기 인지 건강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업무 과정에서 뇌에 전달되는 지속적인 자극이 치매 발병 시기를 늦추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7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신경과 현진실 교수는 “생애 동안 복잡한 업무를 수행한 사람일수록 노년기 치매 발병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가 많다”고 밝혔다.
치매는 기억력 저하 등 다양한 신경계 퇴행성 질환을 포괄한다. 전문가들은 직업에서 받는 인지적 자극이 발병 시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교사, 프로그래머처럼 문제 해결과 사고 능력을 요구하는 직업은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운송업, 행정직, 공장 근로직 등 반복적인 업무 비중이 높은 직군은 상대적으로 치매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지목된다. 단순·반복 작업이 많을수록 새로운 자극이 제한돼 뇌 사용 범위가 좁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차이는 ‘인지 예비력’에서 비롯된다. 인지 예비력은 뇌가 손상이나 노화에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정신의학과 나히드 무카담 교수는 “직업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는 활동으로 인지 예비력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무 강도와 인지 건강 간의 균형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나친 업무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수치를 높여 장기적으로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현 교수는 “단순히 업무 난도가 높은 것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육 수준 역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약 40만 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치매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교육 수준이 보다 복잡한 직업으로 이어져 인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현재 직업이 단순 업무 중심이라고 해서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평생 학습과 취미 활동, 사회적 관계 유지 등을 통해서도 뇌 자극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NHS 역시 운동과 사회활동 등 일상 속 꾸준한 활동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업과 교육, 생활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지속적인 뇌 자극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ufo0221@news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