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현주 김혜진 김명년 송혜리 기자 = 미국 중간선거 이후 불거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위축 우려가 6일 국내 증시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코스피는 장중 8% 넘게 폭락하며 9개월 만에 5000선 아래로 추락했다.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에 이어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는 등 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02% 하락한 5059.69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24% 내린 5263.26에 출발해 낙폭을 빠르게 확대했다. 장중 4911.28까지 밀리며 5000선마저 무너졌다. 코스피가 5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6일 이후 9개월 만이다.
지수가 8% 이상 하락하면서 오전 9시3분께 유가증권시장에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에 따라 주식 매매거래가 20분간 전면 중단됐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이번이 11번째다. 지난달 15일 이후 16거래일 만에 다시 발동됐다.
거래 재개 이후에도 매도세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오전 9시34분께에는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이 5분간 정지됐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769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6009억원, 1조7041억원을 순매수하며 매물을 받아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주도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6.35% 하락한 18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역시 10.44% 급락한 113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시장도 급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03% 내린 644.27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3.53% 하락한 654.43에 출발한 뒤 낙폭을 확대했다. 장중에는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개인이 동반 매도에 나섰다. 개인은 1105억원, 외국인은 1014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기관은 2057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방어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AI 산업을 둘러싼 투자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투자 집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민주당 소속 텍사스주지사 당선인은 이날 주민 보호를 위한 관련 법률이 마련될 때까지 데이터센터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를 AI 산업의 구조적 성장세가 꺾이는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과 규제 논란이 산업의 구조적 위기로 해석되고 있지만, 이는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로 새로운 악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의 중간선거 압승이 AI 산업의 축소나 데이터센터 건설 전면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민주당이 강조하는 것은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전력요금 전가와 수자원 사용, 지역사회 부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규제 요구가 민주당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니라고 지목했다.
서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조사에서 미국인의 75%가 거주지 인근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소속 텍사스주 현직 주지사 역시 지난 8월 전력망 연결 신청이 474기가와트(GW)를 넘어선 가운데 실제 건설 가능성이 불확실한 프로젝트를 가려내기 위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이어 9월에는 신규 인허가를 중단했다.
서 연구원은 “민주당 소속 주지사 당선인이 주민 보호 법률 마련 전까지 데이터센터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규제 장기화 우려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핵심은 AI 산업 자체의 중단이 아니라 신규 인허가와 투자 집행이 지연될 위험”이라며 “기존 허가 사업과 신규 프로젝트를 구분할 필요가 있고, 이미 전력과 인허가를 확보한 기업에는 오히려 경쟁력 강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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