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
“AI학과 하나가 아니라 학제, 교과목, 학위, 대학이 함께 바뀌는 근본적인 구조 전환을 해야 합니다.”
최양희 한림대 총장은 29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홀에서 열린 ‘AI중심대학·AX대학원 공동 출범식’에서 연사로 나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을 비롯해 연세대학교 윤동섭 총장 등 AI중심대학과 AX대학원 사업 참여대학 총장과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최 총장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3년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현재의 과기정통부)을 지낸 바 있다. 이날 그는 ‘AI 시대 대학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강연했다. “우리나라의 불모진 소프트웨어(SW) 생태계를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며 게임 체인지와 같은 전략을 세워 엄청나게 많은 대학들을 괴롭힌 기억이 있다”는 소프트한 말로 강연을 시작, AI시대에 대학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 지를 밝혔다.

5년 전, 그는 한림대 총장으로 갔을때, 첫날부터 “대학은 없어진다. 10년대에 또는 20년내에. 날짜의 문제다. 대학이 지금처럼 영속하고 지금처럼 권위를 누리고 지금처럼 안전한 상태에서 존재할 수 있는 근거는 앞으로 다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대학이 지금까지 했던 행태(practice)를 반복하는 순간 대학은 경쟁력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학이 근본적인 구조 전환을 해야 한다면서 AI시대를 맞아 고등교육의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를 강조했다. 메타모포시스는 ‘탈바꿈’ ‘대변혁’을 의미한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생물학적으로는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는 것처럼 생물의 형태가 크게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최 총장은 ▲학문분류 및 학제 재편 ▲교과목과 실러버스(Syllabus) 혁신 ▲학위 구조 유연화 ▲대학과 사회의 경계 개방 등 네 분야에서 대학의 변화를 제안했다.
이중 학문 분류 및 학제 재편은 ‘해체의 혁신’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학과 장벽 해체를 말한다. 대신 대규모 단위로 학과를 묶어, 유연히 융합 전공을 신설하거나 학과 간 통합이 일어나게 하는, 이런 구조적 변화를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고서는 AI 시대를 맞아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진단했다.
둘째, 교과목과 실러버스 혁신에 대해서는 “연세대처럼 큰 대학은 아마 1년에 한 3천개 정도 과목이 있고, 교수와 지식 전달 중심으로 설계가 돼있는데, AI 시대에선 이런 것들이 거의 필요가 없는 시대적 변화를 맞고 있다”면서 매년 10%씩(300개) 과목을 개편, 경험과 프로젝트 위주로 변경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학위 구조 유연화를 강조한 최 총장은 “현재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학위 제도는 학사, 석사, 박사로 굉장히 단순하다. AI 시대에서 지금과 같은 학위 제도는 더 이상 유의미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나노 디그리(Nano degree)’같은 초개인화 맞춤학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학의 큰 미션 중 하나가 사회와 지역 기여라며 대학과 사회의 양방향 연결도 강조했다
이어 본인이 총장으로 있는 한림대학교의 실전 모델을 소개하며 “네 가지 변화를 캠퍼스와 지역 현장에서 먼저 실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제 개편의 경우 한림대는 전 학문 분야를 AI, 의료바이오, 인문사회 등 3대 융합클러스터로 재조정했다. 또 교과목 혁신과 관련해서는 AI를 활용해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을 돕고, 교수는 토론과 피드백, 멘토링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사회 기여는 강원 9개 지역에 한림 마이크로캠퍼스(M-Campus)를 만들어 이 곳이 지역 협력의 현장 거점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또 창업 활성화를 위해 ‘스테이션C(Station C)’라는 창업 브랜드를 만들어 춘천과 강원도로 확산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최 총장은 “도전하는 대학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인재양성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네 가지 제안으로 자율, 규제해소, 대학간 교류, 공유 인프라를 꼽았다.
한편 최 총장과 함께 이날 발표를 한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AI가 모든 학문과 교육의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라면서, 학생들이 AI 활용을 넘어 스스로 가치 있는 문제를 발견 및 정의하고 산업 현장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AI는 역사에서 배우고, 대학은 역사를 만든다”면서 “도구는 바꾸되, 나침반은 바꾸지 말자”며 AI시대의 인재상을 강조했다.
윤 총장은 바꿔서 변화해야 할 방향으로 ▲AI 교육 및 활용방식 전환▲평가 및 검증 체계 혁신 ▲연구 성과 공유 및 산학협력 확산 ▲대학 운영 및 행정 패러다임 혁신을 꼽았다. 반면 우리가 지켜야 할 것으로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배울 수 있는 환경 ▲서로 조언하고 되묻는 동료 ▲스스로 판단하는 사람을 예로 들었다.
또 교육은 연구, 행정과 함께 움직인다면서 연세대가 구축한 AI혁신연구원과 SCRAP4AI, AI데이터센터를 소개했다. 윤 총장에 따르면, AI혁신연구원은 2025년 10월 개원한 국내 최대 규모 AI단일연구소다. SCRAP4AI는 국내 최초 의료 데이터 플랫폼으로 세브란스병원 환자 7만명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AI데이터센터는 GPU 약 600장을 보유, 모든 학생에게 개방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