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비상근 위원장이 현직 일선 판사가 각급 선거관리위원장을 법관이 비상근 겸임하는 제도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공개 주장해 눈길을 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차기현 판사는 최근 한 법률 전문지에 ‘선관위와 헤어질 결심’을 제목으로 기고문을 썼다.
차 판사는 기고문에서 어느 부장판사에게 들은 이야기라면서 “지역 선관위 직원이 선관위원장인 그에게 결재를 받으러 왔다. 도장을 찍기 전 문건 내용 등에 관해 몇 가지 물었더니 ‘디테일한 것까지 관심을 가져주시니 참 감사하네요. 전임 위원장들은 그냥 도장만 찍으셨는데요’라는 뜻밖의 말이 돌아왔다고 한다”고 밝혔다.
차 판사는 “어느 한 직원의 무례라기보다 서로 간에 형성되어 있는 ‘구조적 무관심’의 발로에 가깝다”면서 “현직 법관인 비상근 위원장이 후보 등록, 투표소 운영, 투표지 관리, 선거운동 단속, 정치자금 사무 등 세부를 모두 꿰고 있기는 어렵다”라면서 법관이 맡아온 비상임 선관위원장 제도의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이 구조가 오래되면 결재는 통제가 아니라 의례가 된다. 위원장이 묻지 않으면 관례대로 지나가고, 위원장이 물으면 ‘이례적으로 관심 많다’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실질적 권한은 행사하지 않았거나 못했지만, 사고가 터졌을 때만 법관이 책임을 지는 구조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상하다”며 현실과 책임 사이의 괴리에 대해서도 되짚었다.
또 “선관위원장인 법관의 이름으로 고발된 선거법 위반 사건을 다시 법관이 판단하는 모양새는 아무리 설명해도 개운하지 않다”면서 “개별 사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해도, 재판은 실제로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공정하게 보여야 하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했다.
차 판사는 “선거관리위원장에게 필요한 것은 법관 신분 그 자체가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 선거법 관련 판단 능력, 조직 관리 능력, 선거가 끝난 뒤 책임질 수 있는 자리의 무게다. 선관위와 법원이 서로를 위해 헤어질 결심을 할 때”라며 법관의 비상임 선관위원장 겸임제를 근본 검토해야 한다고 글을 맺었다.
이번 6·3지방선거에서 발생한 대규모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계기로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가 도마에 오르면서 선관위에 대한 고강도 개혁 요구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일각에서는 선관위의 예산·조직·인사 행정에 대해 모를 수 밖에 없는 법관이 비상근 각급 선관위원장을 맡으면서 선관위 사무처 상근직에 대한 견제·통제가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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