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
한국과 일본이 AI 시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경쟁’이 아닌 ‘공진화(共進化)’로 동행하자는 청사진이 일본의 한 온천마을에서 제시됐다.
12일 일본 나가노현 노자와온천에서 열린 ‘아스티다 이그젝큐티브 살롱(ASTEEDA executive Salon) 2026’ 세션에서 한국과 일본이 AI 생태계 안에서 각자의 강점이 다른 비대칭 구조가 공진화의 결합 지점이라는 논의가 오갔다.
이 자리에는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 다마츠카 겐이치 롯데홀딩스 사장,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가 참석했으며, 모더레이터로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가 참여했다. 한국어와 일본어 동시통역으로 50분 동안 시대 변화상, 공진화 논리와 가능성, 실제 사례 등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고삼석 교수는 AI 시대 변화상을 콘텐츠 기획, 유통부터 소비까지 모든 단계에 AI가 적용되는 국면으로 진단했다. 이용자들이 더 새로운 경험을 원하게 됐고, 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처럼 인터넷 보급률이 100%에 이르는 나라에서는 연결 그 자체가 변화의 인프라이며, 각자가 AI로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의 민주화’가 열리는 동시에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와 같은 빅테크 플랫폼으로 경제문화 권력이 더 집중되고 있다고 봤다.
특히 공진화 개념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고 교수가 저서 ‘넥스트한류’를 비롯해 올해 초 열린 CES K-엔터테크포럼 기조연설에서 다룬 개념이다. 그는 “공진화는 1960년대 진화생물학에서 출발해 진화경제학과 생태계 연구로 발전해 온 개념으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서로 의존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며 “제로섬 관계를 ‘플러스섬’ 관계로, 약탈적 공진화를 ‘이타적 공진화’, 즉 이해관계자 모두가 함께 이익을 얻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관계 및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고 했다.
공진화 개념을 한류에 적용했다. 그간 한류가 한국의 일방적 콘텐츠 수출과 해외의 일방적 소비를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자국 콘텐츠 산업 육성 욕구가 강해지면서 이 일방적 수출 소비 관계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게 고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다음 단계의 한류, 즉 ‘넥스트 한류’를 파트너 국가와 함께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즐기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규정하며,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쓴 ‘케이팝데몬헌터스’를 공진화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고 교수는 또 한국이 팝·드라마·게임에, 일본이 애니메이션·캐릭터·게임에 강점이 있지만 글로벌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두 나라 모두 취약해 강점은 물론 약점 분야에서 협력할 때 양국 콘텐츠 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봤다. 정부 역할에 대해서는 셔틀외교 복원으로 양국 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은 지금, 정부가 미래 지향적 관계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되 교류와 협력은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 중심으로 강화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부의 후원 아래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상시 매칭되는 한일 엔터테크 오픈이노베이션 트랙이 필요하고, ASTEEDA 같은 민간 이벤트가 정기적 협력 채널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정훈 모더레이터가 “한국 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고 소개한 이스트소프트의 정상원 대표는 유틸리티 소프트웨어에서 AI 서비스로 체질을 바꾼 대표적 엔터테크 기업을 이끌고 있다. 실존 인물 외모와 목소리를 재현하는 ‘AI 클론’과 가상 인물을 만드는 ‘AI 페르소나’ 기술을 보유한 AI 휴먼, AI 더빙 플랫폼 PERSO.ai는 누적 가입자 46만 명, 해외 비중 90%, 75개 이상 언어, 110개 이상 국가에서 운영되며, 최근에는 가상 세계의 AI 휴먼을 실제 로봇에 이식하는 피지컬 AI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스티다 쌀롱 부스 현장에는 NTT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일본 택시에 설치된 AI 기반 여행 스크린과 올리브영에 설치된 AI 에이전트 키오스크도 전시됐다.
다마츠카 사장은 유니클로(패스트리테일링), 로손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21년 롯데홀딩스 사장에 취임했고, 2022년부터 ‘ONE LOTTE’ 슬로건 아래 식품, 생명과학과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엔터테인먼트 세 축으로 한일 롯데의 사업 자원을 통합해 왔다. 그는 ONE LOTTE를 한국과 일본 사업 자원을 통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전략으로 소개해 왔다.
롯데홈쇼핑의 캐릭터 IP 벨리곰은 일본 롯데홀딩스를 마스터 라이선시로 일본에서 전개되고 있고, 2025년 한국 호텔롯데와 일본 롯데홀딩스가 공동 출자한 LOTTE HOTELS JAPAN은 2034년까지 일본 내 20개 호텔, 4500객실을 목표로 한다.
롯데이노베이트의 메타버스 칼리버스, 다마츠카 사장이 이사 오너대행을 맡은 치바 롯데 마린즈와 롯데자이언츠의 접점까지, IP·호텔·메타버스·스포츠 자산이 한일 양쪽에 깔려 있다. 그는 재팬 럭비 리그원 이사장이기도 하다. 일본의 IP에 한국의 AI 다국어·플랫폼 기술과 팬덤 역량을 결합하고 롯데의 오프라인 자산을 무대로 쓰는, ‘6~12개월 내 시작 가능한 공진화 협력 모델’이 세션의 착지점이다.
세션장 밖에는 이스트소프트를 비롯해 AI검색 라이너, 생성형AI 에이전트 뤼튼, AI미디어 현지화 XL8, 인이지(INEEJI), 폴라리스오피스, 블루문소프트 등 한국 AI 소프트웨어 기업 7개사가 부스로 참가했다. 이들은 후지쯔, 일본IBM, NTT서일본, 세키스이화학, 히카리츠신 등 일본 대기업 경영진과 양측 동의로 성사되는 더블 옵트인 방식의 사전 확정 1대 1 상담을 사흘에 걸쳐 진행했다.
행사를 주최한 류큐 아스티다(RYUKYU ASTEEDA Sports Club)는 일본 프로탁구 T리그 구단이자 2021년 도쿄증권거래소 프로마켓에 상장한 일본 최초의 상장 프로스포츠 구단이다. 김상이 조이풀랩스 대표는 “이 살롱은 정부의 초청이 아닌 민간 기반의 행사로, 형식적인 명함 교환을 넘어 신뢰를 토대로 협력·상생·공존의 대화를 설계하는 자리”라며 “2025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의 다음 단계로, 다음 60년의 산업 협력 기점을 민간 차원에서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