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韓·EU성명에 “철저한 적대국…집권자 평화가면 벗어던져”(종합)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북한은 최근 한국·유럽연합(EU)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반발하며 “한국을 철저한 적대국으로 다루어 나가려는 우리의 대적원칙은 불변하다”고 13일 밝혔다.

북한 외무성 10국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한국은 역시 적대와 대결을 체질화한 불변의 적국이다’ 제목의 담화를 통해 “서울 위정자들이 그 무슨 말과 행동을 하든 그것은 우리에 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대변인은 “한국의 집권자가 거치장스럽게 쓰고 있던 《평화》의 가면을 벗어던지였다”고 했다.

대변인은 “유럽을 행각 중인 한국 대통령은 유럽동맹 수뇌들과의 회담 이후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와 조로(북러) 군사협력을 비롯한 주권적 권리행사에 대해 《불법》적이며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니,《강력히 규탄한다.》느니 하는 도발적 문구들을 쪼아 박은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은 우리 국가에 대한 명백한 주권침해, 엄중한 적대행위로서 지금껏 입 닳도록 떠들어온 《체제존중》, 《적대행위 불추구》와 같은 위장 간판을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라며 “우리 국가에 대한 적대를 떠나 절대 존재불가한 제1의 적대국, 조선과 아시아대륙 침략을 위한 미국의 《단검》이 바로 한국의 실체이고 숙명”이라고 했다.

대변인은 “한국 집권자는 이번 대결선언으로 조한(북남) 사이에 《평화공존》은 있을 수 없으며 영원히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 우크라이나 괴뢰들과 속통이 같은 공범이라는 것을 스스로 세계 앞에 입증하였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집권자가 특유의 《솔직함》을 발휘한 것은 앞으로 《평화선언》이니,《평화적인 두 국가론》이니 하는 기만극도 더이상 벌릴 체면이 없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담화를 낸 10국은 북한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기존의 대남 전담 기구인 통일전선부(통전부)를 축소·재편해 외무성 산하에 신설한 조직이다. 10국을 외무성 산하에 둔 것은 남북의 특수성을 지우고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재설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매체에서 ’10국 대변인’ 직함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앞서 4월 담화를 통해 대남통인 장금철이 ‘외무성 1부상 겸 10국 국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에는 “러시아-북한 간 불법적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한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상 핵보유국으로 결코 인정되지 않을 것” 등의 문구와 북한인권 문제가 담겼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고위급 외교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을 규탄한 것은 처음이었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를 언급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2일 로마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북 군사 협력이라든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우리가 안보리 결의 등 여러 가지 계기에 밝힌 내용이 정리된 것”이라며 “러시아나 북한 간의 관계에서 이 성명이 새롭게 부담이 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정부 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공존 구상의 진정성에 문제를 제기한 데 따라, 대북 신뢰구축 조치 동력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우리 정부가 겉으로는 ‘평화공존’과 대화의 문을 열어둔다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며 “이로써 핵개발 정당성을 강변하고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담화에서 10국 대변인은 이 대통령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며 일정 부분 수위를 조절한 모습을 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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