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임위 노사, 배달라이더 적용·노동부 발주자료 놓고 대립

[세종=뉴시스]박정영 기자 = 택배기사·배달라이더 등 ‘도급근로자’라고 불리는 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 종사자의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놓고 노사 간의 진통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발주한 ‘도급제 근로자 실태조사’를 노동계 성향의 민간 기관이 수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경영계는 “양대 노총이 자료를 수거해 수행한 용역은 객관성과 신뢰성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노동계는 “사용자 위원들이 황당한 ‘색깔론’과 궤변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맞섰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확대 적용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도급근로자는 근로시간이 아니라 배달라이더나 택배기사와 같이 성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받는 사람으로, 특고·플랫폼 종사자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된다.

이에 노동계는 2025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 때부터 도급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을 요구해 왔다. 올해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 요청서에 도급제 또는 유사 형태 임금근로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설정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4일 열린 3차 회의에서 ‘도급노동자 최저임금 도입방안’을 발표하며 택배·배송 노동자의 시간당 기본급을 1만7468원으로 산정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또한 9일 열린 4차 회의에서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의 실질적 적용방안’을 제시했다.

한국노총은 당시 주요 6개 직종의 최저임금 산정 방식을 발표했으며, 업무시간 측정이 어려운 직종에 대해서는 ‘최저보수제’와 같은 대안도 함께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노동계는 이날(11일)에도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요구를 이어갔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도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두고 법률 해석 경로에만 집착하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후적 판단’의 한계에 갇히게 된다”며 “이는 실제 노동시장 변화를 왜곡하고, ‘가짜 3.3’ 특고·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900만 명에 달하는 저임금 노동자 집단을 최저임금이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실의 노동시장은 이중구조를 넘어 다중구조의 분절적인 시장으로 변화해 저임금·취약계층 노동자들은 더 이상 전통적인 고용관계로 포착하기 어려운 법률적 상황을 뛰어넘은지 오래됐다”며 “현실에서 보호받지 못해 각종 사회적 위험들에 노출된 특고·플랫폼·프리랜서 등의 도급 노동자들의 숨통을 틔워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40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부 장관의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별도 결정 여부’를 심의 요청이 있었고, 노동부의 실태조사 결과까지 나왔어도 노·사·공 논의는 또다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고 했다.

노동부 발주 자료에 대한 경영계의 비판에 대해서는 “사용자 위원들은 노동부 연구용역 결과마저 ‘친노동계 연구진이 조사’라며 황당한 ‘색깔론’과 궤변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영계는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고·플랫폼 종사자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이기에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이 경영계의 주장이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모두발언에서 “최임위는 도급제 임금 근로자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 별도 조율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이는 최저임금법과 고용부 장관의 심의 요청서에도 명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노동부가 발주한 ‘도급제 근로자 실태조사’에 대해 “우리 속담에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며 “노사 간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를 대표적인 친노동계 연구기관이, 그리고 이에 당사자인 양대 노총이 자료를 수거해 수행한 용역은 정부 영역으로서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최임위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직면한 한계 상황을 고려해 구분 적용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며 “도급제 임금 근로자 별도 적용 논의를 마무리하고 법정별 구분 적용 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로 전환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에 대해 “지불 목적이 없는 소상공인에게 무리한 비용을 강제해 고용이 급격히 축소되고, 취약계층 종사자들이 오히려 더 열악하고 위험한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도급제 별도 적용에 앞서 선행돼야 할 것은 소상공인들이 생존권을 회복하고 본 위원회에서 다뤄야 할 시급한 현안인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도급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결정될 경우, 최임위는 다음주 회의에서 경영계가 주장하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지급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노사 간의 대립이 큰 만큼 도급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공감언론 뉴시스 us06037@newsis.com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