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사나이’ 대타로 데뷔 첫 끝내기 안타…KT 이정훈 “연패 끊어 기쁘다”

[수원=뉴시스]김희준 기자 = 프로야구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가 접전을 이어가던 17일 수원 KT위즈파크.

7-6으로 앞선 9회초 동점 점수를 내준 KT 위즈는 9회말 장성우의 볼넷과 김상수의 희생번트, 오윤석의 중전 안타로 1사 1, 3루의 끝내기 찬스를 일궜다.

이어 배정대가 타석에 들어설 차례가 됐다.

배정대는 끝내기 찬스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 ‘끝내주는 사나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배정대는 9차례나 팀에 끝내기 승리를 안겼고, 2020시즌에는 4번이나 끝내기 안타를 쳐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KT 벤치는 대타를 내세웠다. 경기 내내 벤치를 지키던 이정훈을 투입했다.

대타 요원인 이정훈은 15일 한화전에서 한 차례 타석에 들어선 후 16일 경기에 결장했고, 이날도 9회가 첫 타석이었다.

놀라운 선택이었지만 KT의 이정훈 대타 카드는 적중했다. 이정훈은 한화 사이드암 불펜 투수 강재민의 3구째 슬라이더를 노려쳐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끝내기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정훈이 끝내기 안타를 친 것은 데뷔 이후 처음이다.

8-7로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둔 KT는 3연패에서 탈출하며 다시 단독 1위 자리를 꿰찼다.

경기를 마친 후 이정훈은 “대타로 나설 수도 있는 상황이라 준비는 하고 있었다. 그러나 (배)정대 타석에 들어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다른 타자의 대타로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배정대 타석에 대타로 나갈 기회가 왔다”고 전했다.

이정훈은 “끝내기 안타를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다. 사이드암 투수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감을 가진 상태로 타석에 임했다”며 “‘무조건 내가 칠 수 있다’는 생각만 했다”고 떠올렸다.

데뷔 첫 끝내기가 팀의 연패를 끊는 것이라 기쁨이 두 배였다.

이정훈은 “전날 패배해 3연패에 빠진 후 주장 (장)성우 형이 선수단 미팅을 했다. ‘처음으로 3연패를 했지만 지금까지 잘해왔으나 연연하지 말고 평소대로 하자’고 당부했다”며 “선수단이 모여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연패를 끊는 끝내기 안타를 쳐 기분이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대타 요원들은 소화하는 타석 수가 많지 않아 타격감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정훈은 올 시즌 타율 0.379(29타수 11안타), 7타점에 득점권 타율 0.417로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정훈은 “한 번 나가서 안타를 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못 치면 나 때문에 팀이 지는 것 같아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대타 전문 요원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빨리 잊어버리려고 노력한다. 프로 데뷔 이후 대타로 많이 뛰었고, 경험이 쌓였다. 계속 대타로 뛰니 나만의 루틴이 생겼고 매일 지키려 하고 있다”며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실내 타격장에서 계속 준비를 하고, 타석에 들어서기 직전 기를 모은다”고 설명했다.

‘빨리 잊어버리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내가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정훈은 “아내가 대타로 나가서 못 치는 날은 표정에 티나 난다고 하더라. 그런 날 계속 장난을 쳐 주고, 맛있는 요리도 해준다”며 “어떤 날은 못 치고 집에 가면 ‘내일 야구 안 할 것이냐’고 말하기도 한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줘서 늘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내가 타석에 나가면 떨려서 중계를 보다가 TV를 끈다고 하더라. 결과를 확인한 후 좋으면 다시보기로 본다”며 미안한 마음도 내비쳤다.

이정훈은 “앞으로 아내가 많이 웃을 수 있도록 내가 잘하는 길 밖에 없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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