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자주 모순되고 어떤 때는 같은 연설이나 소셜 미디어 글 속에서도 앞 뒤가 다르며 심지어 같은 문장에서도 서로 충돌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지적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에도 불과 몇 시간 사이에 이란 전쟁에 관해서 완전히 혼란스러운 신호를 보내서 전황의 파악이나 미국 정부의 전략의 방향에 대해 더 큰 의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같은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고, 미 행정부는 앞으로 중동에 더 많은 미군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세계 에너지 시장에 대한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미국은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 석유에 대한 제재와 판매 금지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해서 미국 정부가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방법으로 유류난 일부를 해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혼란스러운 일련의 정책들 때문에 트럼프 비판자들 사이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이번 이란 전쟁이 아무런 분명한 장기적 계획이나 전쟁의 출구 전략도 세우지 못한 공격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벌써 4주 째에 접어든 이란 전쟁은 여전히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미로에 빠져있다.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데도 신뢰할 만한 종전 계획의 출구도 없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금융시장이 험난한 하루를 보내고 난 20일에도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이제 우리 목표를 거의 다 달성했기에 중동 지역에서의 우리의 위대한 군사 작전을 단계적으로 끝내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미국이 이미 이란의 해군, 미사일, 산업 능력을 적절한 수준까지 없앴고 앞으로 핵무기를 손에 넣을 수도 없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아직 확보하지 못한 호르무즈 해협을 놓아 둔채, 전투에서 미국이 발을 뺄 수 있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세계 석유 물동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해협은 이란이 봉쇄한 채 전쟁 중 미사일과 무인기, 기뢰 공격으로 이미 위험지대가 되어 있다.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은 앞으로는 그곳을 사용하는 다른 나라들이 지키고 질서를 유지해야지, 미국은 안한다!”라고 썼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요청이 있을 때엔 지원할 것이지만, 일단 이란의 위협이 사라지고 나면 그 마저도 필요없을 것이라는 모순된 주장을 폈다.
이 곳을 통과하는 석유는 대개 북미가 아닌 아시아 등 다른 지역을 향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혼란은 여전히 미국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AP는 분석했다. 석유 무역은 지구촌 전체에 걸쳐 있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이 유류 부족이 심해지면 결국 미국의 석유 수입회사들도 가격 인상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석유시장의 이런 동향에다가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폭격과 이란의 보복전까지 더 해진 때문에 카타르의 천연가스 수출 최대 항구가 기능을 상실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20일 S&P지수가 1.5%나 폭락했다. 미국내 유가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트럼프가 전쟁을 단계적으로 끝낸다는 발언도 미국 정부가 중동에 3척의 전함을 추가로 파견해서 2500명의 해병대 병력을 파병한다는 정부 계획과 모순된다.
이 발표는 벌써 일주일 새 두번째로 발표된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번 전쟁에 약 5만 명의 미군 병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트럼프는 지상군 파견을 부인했지만 정부는 특수부대나 그와 비슷한 특공대를 파견할 수 있다고 암시한 바 있다.
중동 파견 미 해병대는 신속한 상륙작전 등 특수 임무 부대이지만 이들을 파견하는 게 지상침공작전을 의미 하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파병이 호르무즈 최종 확보를 위해 현지에 미군이 존재 한다는 상징적 의미일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군 증파 뉴스 하루 전에 미 국방부는 의회에 전쟁 비용으로 2억 달러 추가 사용을 청구했다. 이런 거액의 비용은 미국이 전쟁 참전을 축소하고 있지 않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증거이다.
미국 정부는 또 이미 20일 현재 해상에 있는 이란 석유 수출선에 대해서는 판매를 허용하고 제재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통과를 허용함으로써 나날이 치솟는 유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게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트럼프가 파괴할 목적인 이란 정부의 자금줄을 더 연장하고 강화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유가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온갖 수단을 다 사용해왔다. 미국의 전략적 석유 비축분을 풀기도 하고 일부 러시아산 석유의 수입금지도 해제했다. 하지만 20일 유가는 브렌트 원유 기준으로 배럴 당 112달러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동 전쟁의 발전 여부와 무관하게 몇 달 동안은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현재 제재 대상인 이란산 원유는 중국이 주로 저가로 사들이고 있다”면서 “이미 공급 중인 이 같은 이란산 석유를 임시로 제재 해제하면 전 세계 에너지 거래량이 약 1억 4천만 배럴이나 확대되어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압박의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억 4천만 배럴은 듣기엔 많아 보여도 실제로는 글로벌 마켓에서 이틀치 거래량에 불과하다.
미국의 석유거래 추적 사이트 가스버디의 석유담당 분석가 패트릭 드 한은 그런 정책은 유가 안정에 일시적 도움도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미봉책에 비해 호루무즈 봉쇄라는 엄연한 현실이 더욱 유가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호르무즈가 막혀 있는 동안 유가는 여전히 계속해서 오를 것이다”라고 그는 예측했다.
베선트 장관의 발표도 모순되기는 마찬가지다. 소셜 미디어에 이란 석유 제재 해제를 발표하면서도 이란을 “세계 테러리즘의 수괴인 뱀의 머리”라고 비난 하며 앞으로 이란 정부가 원유를 팔더라도 그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막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방법은 불분명한 상태이다.
공화당 내에서 조차 트럼프의 이런 모순과 혼란은 대중적 회의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한 손으론 이란을 폭격하고 다른 손으로는 이란 석유를 사들인다”는 제목으로 공화당의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 사우스 캐롤라이나주)도 21일 X에 비판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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