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BIO] ‘K-바이오’ 가능성 재확인했다…올해도 훈풍 이어갈까

※ [문형민의 알아BIO]는 제약·바이오·의료 이슈를 취재해 쉽게 설명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연합뉴스 자료][연합뉴스 자료]

“지난해는 K-바이오의 가능성을 재확인한 한 해였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이 내놓은 공통된 평가입니다.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수출 계약 총액은 20조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요.

단순히 규모를 넘어 여러 약물에 범용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플랫폼 기술이 수출을 주도하며 산업 체질 개선을 이뤘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성과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주요 바이오 기업들은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확보하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깃발을 꽂고 있고요.

지난해에만 국산 신약 3개가 탄생했습니다.

다만, 시장을 둘러싼 부담 요인도 적지 않았습니다.

의정 갈등의 여파가 연중 지속되면서 의료 현장과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고요.

약가제도 개편과 비대면 진료 제도화 등 정책적 변화들은 관련 기업들의 사업 환경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장은 눈은 올해 전망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성과들을 올해에도 지속할 수 있을지, 그리고 각종 불확실성이 걷힐 수 있는 건지.

이번 [문형민의 알아BIO]에서는 지난해 제약·바이오 시장에 대한 평가와 함께 올해 전망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에이비엘바이오[에이비엘바이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에이비엘바이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기술수출이 이끈 2025년…활용도 높은 ‘플랫폼’ 두각

지난해 제약·바이오 업계 기술 수출 규모는 약 145억 3천만 달러, 우리 돈 약 20조 8,4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기술 수출 대비 162%가량 증가한 규모인데요.

기술 수출 건수 자체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계약 당 규모가 크게 확대되면서 수출액이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플랫폼 수출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올해 가장 큰 규모의 기술 수출은 지난 4월 에이비엘바이오가 영국 GSK와 체결한 30억 2천만 달러(약 4조 3천억 원) ‘그랩바디-B’ 플랫폼 이전 계약입니다.

그랩바디-B 플랫폼은 뇌혈관장벽(BBB) 셔틀 이중항체 플랫폼인데요. 치료제에 운반용 항체를 접목해 약물을 뇌 안으로 더욱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해당 플랫폼으로 지난달 미국 일라이 릴리와도 25억 6,200만 달러(약 3조 6,7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알테오젠도 지난 3월 자사 플랫폼을 13억 5천만 달러(약 1조 9,300억 원) 규모의 기술 수출에 성공했습니다.

알지노믹스와 올릭스, 오스코텍, 에이비온 등 국내 바이오텍들의 플랫폼 및 신약 후보물질 기술 수출 성과 역시 두드려졌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밸류가 인정받고 있는데 기술 수출 분야가 플랫폼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생태계 확대 및 재생산까지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배양기를 점검하는 모습[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 미국에 깃발 꽂는 K-바이오…국산 신약도 쏟아졌다

국내 대형 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미국 현지 거점 확보’ 등 질적 성장 시도도 꾸준히 진행됐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GSK의 미국 메릴랜드주 소재 6만L 규모 원료의약품 생산 공장을 2억 8천만 달러(약 4,147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미국 현지 생산 시설 인수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분기 총 84만 5천L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8.8%에 달하는데, 더 확대될 여지가 생긴 겁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GSK 미국 공장) 인수는 미국 내 제조 역량을 높이기 위한 회사의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선 지난해 9월 셀트리온도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일라이 릴리의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약 4,600억원에 인수하며 메‘이드 인 USA’ 체제를 공고히 했는데요.

셀트리온이 확보한 미국 공장은 향후 북미 진출의 본격적인 발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선 연구개발(R&D) 성과 역시 이어졌는데요. 지난해에만 국산 신약 3종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허가받은 신약은 GC녹십자가 질병관리청과 공동 개발한 탄저균 백신 ‘배리트락스주’(39호), 메디톡스의 턱밑 지방 개선 치료제 ‘뉴비쥬주’(40호),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41호)입니다.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서로 다른 분야의 신약이 승인된 만큼 신약 개발에 있어 기술적 외연이 넓혀진 한 해로 평가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미국 생물보안법 통과…한국 기업에 ‘훈풍’ 부나

업계는 올해 미국에 진출한 국내 위탁개발(CMO) 및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에 훈풍이 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생물보안법이 지난달 통과되면서입니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정부가 안보와 관련해 우려되는 생명공학 기업과 계약하거나 보조금 등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인데요.

이 법안은 미중 바이오 패권 경쟁과 연관돼 있습니다.

대상에는 중국 임상시험위탁기관(CRO), CDMO 기업 등이 대거 포함됩니다.

구체적으로 CDMO 기업인 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이 해당됩니다.

중국 기업이 타깃인 이유는 중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데이터 수집 요구와 중국인민군과 중국 기업 간 협업 때문인데요.

미국 정부는 이러한 행위를 ‘간첩행위’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의 공급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한국 기업들을 찾는 글로벌 회사들이 많아질 것이란 게 업계 중론입니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 바이오 기업의 79%가 중국 CDMO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데, 경쟁력 있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생물보안법이 통과되면서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기업간 시장 경쟁 구도에 큰 파장을 미칠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위탁개발생산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22일 기자회견을 연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 약가 인하 개편 ‘부담’…연구개발 투자 위축 불가피

국내에서 주로 사업을 전개하는 제약 기업들에 올 한 해 사업 환경은 그다지 밝지 않은 상황입니다. 업계가 공통적으로 꼽는 부담 요인은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 인하 제도 개편인데요.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제네릭(복제약)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산정률을 53.5%에서 40%대로 낮추는 내용을 포함한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보고했습니다.

해당 제도는 올해 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을 거쳐 오는 7월 시행될 예정입니다.

신약은 신속 등재를 통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고, 기존 등재약은 재평가를 통해 약가를 조정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인데요.

하지만 국내 제약산업이 제네릭 중심 구조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광범위한 재평가와 약가 인하 조치는 곧바로 매출 하락과 수익성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실제,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의 ‘제약·바이오기업 59곳의 CEO 대상 긴급 설문조사’ 결과, 제네릭 약가를 40%로 인하(현재 53.55%)한다면 제약사 59곳의 연간 매출손실이 총 1조 2,14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기업당 평균 매출손실은 233억 원이고요. CEO들은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응답했습니다.

특히, 전반적으로 대형 보단 중견·중소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추계됐습니다.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 위축도 불가피할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59곳의 연구개발비는 내년에 2024년 대비 25.3% 축소되고, 설비 투자는 32%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고용 안정에도 영향을 미쳐, 약가 개편안이 원안대로 진행될 경우 1,691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종전 인원 대비 9.1% 감축입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약가제도 개편안은 산업 전반에 커다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며 “R&D 투자 여력의 위축, 고용 감소에 대한 우려는 물론 채산성이 낮은 필수의약품의 공급 불안 등으로 인해 보건안보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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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민(moonb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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