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애도 이길 상대’라더니…민주 후보 얕본 트럼프, 텍사스 패배의 전말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 공화당이 텃밭인 텍사스 상원의원 선거에서 패한 데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를 선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 시간) 양당 선거 관계자 수십 명을 인터뷰해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 과정을 재구성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월 말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를 두고 “그를 상대로는 누구라도, 심지어 어린아이라도 이길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공화당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3일 치러진 상원의원 선거에서 탈라리코 후보에게 패했다. WP는 후보 경쟁력에 대한 당 지도부의 경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다 경선 내분과 뒤늦은 본선 대응까지 겹친 과정을 짚었다.

공화당 지도부는 현역 존 코닌 상원의원이 후보가 되면 텍사스 의석을 무난하게 지킬 수 있다고 봤다. 반면 팩스턴 후보가 나서면 텍사스 방어에 수억 달러를 쏟아부어야 해 다른 경합주에 쓸 돈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닌 의원이 공화당 경선 1차 투표에서 근소하게 1위를 차지한 다음 날,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결선투표에서 코닌 의원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WP는 복수의 취재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코닌 의원 지지를 선언하는 내용의 트루스소셜 게시글 초안까지 작성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게시글은 실제로 게시되지 않았다.

튠 원내대표와 공화당 상원 선거운동을 총괄하는 팀 스콧 상원의원은 수주 동안 여론조사와 후원자들의 우려를 전달하며 팩스턴 후보를 지지하지 말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치 참모들도 코닌 의원 지지를 선호했다고 WP는 전했다.

팩스턴 후보 측은 상원 공화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과 핵심 지지층의 선호를 내세워 맞섰다. WP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이 백악관 연회장 사업비 지원을 거부한 데 불만을 품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5월 팩스턴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팩스턴 후보는 같은 달 결선투표에서 코닌 의원을 꺾었다.

지지 결정이 늦어지는 동안 코닌 의원은 팩스턴 후보의 도덕성과 재산 증가를 문제 삼는 광고를 내보냈다. 탈라리코 후보는 이후 본선에서 그 공격 소재 상당수를 활용했다.

팩스턴 후보의 경선 승리 뒤에도 공화당 내부 갈등은 수개월간 이어졌다. WP가 인용한 광고 분석업체 애드임팩트 자료에 따르면 탈라리코 후보는 경선 이후 8월 말까지 본선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광고에 3200만 달러 넘게 썼다. 반면 팩스턴 선거캠프는 경선 승리 후 수개월 동안 광고를 거의 내보내지 않았다.

공화당 고위 관계자들은 탈라리코 후보가 별다른 견제 없이 자신을 알릴 시간을 너무 많이 얻었다고 인정했다. 한 공화당 관계자는 경선에서 쌓인 감정 때문에 대응이 늦어졌을 수 있다고 WP에 말했다.

9월에는 텍사스 방어 비용이 다른 상원 경합주에 쓸 자금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 기간에 일론 머스크 측 정치조직과 공화당 상원 후보들을 지원하는 정치자금 단체인 상원리더십펀드(SLF) 관계자들이 만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머스크는 SLF에 1억5800만 달러를 기부했고, WP는 이 지원으로 SLF가 다른 경합주에 투입할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공화당은 탈라리코 후보가 범죄에 관대하다고 주장하고 성소수자 관련 과거 발언을 부각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WP는 탈라리코 후보의 호감도가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팩스턴 후보의 호감도는 그보다 더 낮았다고 전했다.

WP는 공화당의 전반적인 패배에는 후보 선정과 선거운동의 문제뿐 아니라 관세와 이란 전쟁으로 커진 생활비 부담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막판 20개 주를 돌며 30차례 유세했지만, 공화당은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내줬다.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뒤 재선 도전을 포기한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팩스턴 후보를 택한 결정을 두고 “자초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틸리스 의원은 “민주당이 이 선거들을 이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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