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고선영 기자 = “올림픽공원 운영 정상화를 위해 설치물 자진 정리·반출과 집회 참가자 기한 내 철수를 요청드립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개표소로 사용됐던 곳에서 투표함이 반출된 지 닷새가 지난 3일 오후 3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경기장 곳곳에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설치물 철거와 현장 퇴거 등을 요청하는 안내문이 붙었지만 집회는 이어지고 있었다.
이날 핸드볼경기장 1-3 출입구 인근에는 여전히 집회 참가자 70~80명이 모여 “부정선거 재선거”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참가자 대부분은 60대 이상으로 일부는 천막과 의자 등을 설치한 채 자리를 지켰다.
반면 일부 출입구 주변은 이전과 달리 집회 인원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이른바 ‘올다르크’가 한때 출입구를 가로막았던 2-1 출입문 앞은 천막이나 집회 관련 시설물 없이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다른 출입구에도 집회 흔적이 일부 남아 있었지만 이전보다 한산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투표함 반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투표함이 처음 핸드볼경기장으로 옮겨진 6월 5일부터 집회 현장을 지키고 있다는 60대 남성 A씨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박스를 들고 나갔는데 완전 패악 무도한 짓”이라며 “선관위는 유책기관이고 피의자인데 같이 (현장에) 있었으면 안 됐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70대 여성 B씨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핸드볼경기장에서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집회 현장과 달리 인근 산책로에는 가을의 정취를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노란빛과 붉은빛으로 물든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둘러봤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즐겼다. 아기를 유모차에 태운 채 공원을 찾은 시민도 눈에 띄었다.
아이와 함께 올림픽공원을 찾은 김모(35)씨는 “집이 근처라 바람을 쐬러 나왔다”며 “집회로 소란스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체조경기장이 위치한 위쪽은 그나마 괜찮고 단풍도 예쁘게 들어서 밖에 나오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함 반출 이후 공원 운영 정상화를 위한 후속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장 관리를 맡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오는 5일까지를 자진 철거 기한으로 정하고 이후에도 시설물이 남아 있을 경우에 대비해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자진 철거 기한이 지났더라도 곧바로 형사처벌 등 사법 절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집회·시위의 자유와 공공시설 관리 필요성이 맞서는 사안인 만큼 시설물 철거 여부와 집행 방식은 관련 규정과 현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자진 철거 기한을 넘겼다고 해서 곧바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 일정 기간 자진 철거를 유도하고 이후에도 시설물이 남아 있다면 관리 주체가 철거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진 철거 기한 이후 강제 철거가 이뤄질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 집행 여부는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집회·시위 관련 규정은 있지만 사안에 따라 적용이 일관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며 “어떤 곳은 강제 철거하고 어떤 곳은 그대로 두는 등 기준이 들쑥날쑥하다 보니 논란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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