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사이 떠도는 ‘희미한 별빛’, 암흑물질 추적 단서됐다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은하와 은하 사이를 떠도는 매우 희미한 별빛이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의 분포를 추적할 새로운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로 다른 암흑물질 모형을 적용한 ‘쌍둥이 우주’ 시뮬레이션에서 이 별빛의 분포가 암흑물질의 성질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연구진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은하단의 은하 사이에 퍼져 있는 ‘은하단내광(ICL·Intracluster Light)’이 암흑물질 분포를 따라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암흑물질은 빛을 내거나 반사하지 않아 망원경으로 직접 관측할 수 없다. 대신 중력을 통해 별과 은하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천문학계에서는 이들의 움직임과 분포를 토대로 암흑물질의 존재와 특성을 추적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암흑물질 입자가 서로 상호작용하는지 여부를 실제 관측으로 구별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현재 표준 모형으로 사용되는 ‘차가운 암흑물질(CDM)’은 암흑물질 입자끼리 거의 충돌하지 않는다고 본다. 반면 ‘자기상호작용 암흑물질(SIDM)’ 모형은 입자 사이에 약한 상호작용과 산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가정해 공간적 분포도 CDM과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출발점서 다른 암흑물질 적용…130억년 진화 비교

연구진은 국제 공동연구로 확보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일종의 ‘쌍둥이 우주’ 실험을 진행했다.

두 가상 우주는 같은 초기 조건에서 시작하지만 한쪽에는 입자가 서로 충돌하지 않는 CDM을, 다른 쪽에는 입자 간 상호작용이 있는 SIDM을 적용했다. 이후 각각의 우주에서 은하단 2개가 약 130억년에 걸쳐 형성·진화하는 과정을 추적했다.

연구진은 각 은하단의 암흑물질과 가스, 모든 별, 은하, 중심은하와 은하단내광 등 5개 분포 지도를 시기별로 만든 뒤 자체 개발한 통계 기법으로 각 분포가 암흑물질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분석했다.

은하단내광은 은하들이 서로 스쳐 지나가거나 충돌할 때 기존 은하에서 떨어져 나온 별들이 특정 은하에 속하지 않은 채 은하단 내부를 떠돌면서 만드는 매우 희미한 빛이다.

분석 결과 은하단내광은 가스나 별, 은하보다 암흑물질의 공간 분포를 더 충실하게 따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하단내광과 암흑물질 분포가 서로 닮은 정도는 어떤 암흑물질 모형을 적용했느냐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 실제 우주에서 은하단내광과 암흑물질의 분포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측정하면 서로 다른 암흑물질의 성질을 구별할 단서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유재원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표면밝기 30등급 안팎의 은하단내광을 관측한다면 암흑물질 모형을 실제 우주에서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의 입자 검출이나 중력렌즈 분석을 대체한다기보다 서로 다른 방법을 독립적으로 교차검증하는 새로운 관측 축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국산 K-DRIFT로 실제 우주 관측…’K-COSMOS’로 검증

천문연은 은하단내광처럼 밝기가 극도로 낮은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순수 국내 기술로 ‘K-DRIFT’ 망원경을 개발했다. 올해 본격적인 관측을 앞두고 있다.

향후에는 K-DRIFT로 관측한 실제 우주의 빛 분포와 여러 암흑물질 모형으로 만든 쌍둥이 우주 시뮬레이션을 함께 분석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표준 암흑물질 모형의 유효성을 검증하고 암흑물질의 성질을 밝히는 연구를 이어간다.

초극미광 관측과 대규모 시뮬레이션, 이론 연구를 하나로 연결하는 ‘K-COSMOS’ 사업도 추진한다. 천문연은 해당 과제를 2027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K-COSMOS에서 활용할 방법론을 시뮬레이션으로 미리 검증한 선행 연구에 해당한다.

곽영실 천문연 기초천문연구본부장은 “천문연은 K-DRIFT를 통한 초극미광 관측기술과 대규모 우주 시뮬레이션 연구 역량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초극미광 관측과 대규모 시뮬레이션, 이론 연구를 하나로 묶은 K-COSMOS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장현 천문연 원장은 “암흑물질은 우주 물질의 약 85%를 차지하지만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 전 세계 천문학계가 풀어야 할 대표 난제”라며 “이 도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가진 강점 기술과 역량을 취합한 전략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게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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