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김하은 인턴기자 = 네팔 보테코시 강 일대를 덮친 대홍수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수습된 시신의 신원 확인과 실종자 수색을 돕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얼굴 인식 기술이 도입됐다.
10일(현지 시간) 카트만두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네팔 당국은 수백 구의 시신이 여전히 신원 미확인 상태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컴퓨터 비전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AI 시스템 ‘페이스태그(FaceTagr)’가 피해자 식별 작업에 활용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실종자 사진과 영상 속 얼굴 데이터를 분석해 수천 건의 기록 중 유력한 일치 사례를 5~10건 안팎으로 압축해 제공한다. 유족들이 방대한 수색 작업에 매달리지 않고 유력한 후보군을 직접 검토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미국 휴스턴 기반 기업 ‘나우트르킷(Nowtrkit)’의 설립자 사미르 판티는 현지 언론 칸티푸르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가족들이 더 이상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기술을 활용해 일치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찾아낸 뒤, 네팔 경찰 등 관련 당국에 전달해 공식 검증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훼손이 심한 시신의 경우 기술적 한계도 존재한다. 판티는 “살아있는 사람의 경우 눈을 뜨고 있고 얼굴이 온전해 최대 99%의 정확도를 보인다”라면서도 “사후에는 부기, 부상, 감은 눈 등으로 외모가 크게 변형돼 대조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페이스태그 개발진은 네팔 전용 등록 포털을 구축해 운영 중이며, 현재까지 약 500명의 실종자가 등록됐다. 판티는 “약 90구의 신원을 확인해 유족들에게 유해를 인계했다”고 전했다.

현지 신원 확인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네팔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수해 지역에서 수습된 시신과 유해는 총 1367구(부분 유해 498구 포함)에 달하지만, 신원이 확인돼 인도된 시신은 102구에 불과하다. 나머지 1265구는 여전히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다.
시신 부패로 인한 전염병 우려가 커지자 당국은 지난달 29일 치트완 데브가트 인근에 335구의 시신을 임시 매장했다. 향후 DNA 분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될 경우 유족에게 인계할 수 있도록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지침에 따라 식별 번호를 표시해 둔 상태다.
경찰 대변인 아비 나라얀 카플레는 “시신이 심하게 훼손되고 절단돼 신원 확인이 극히 어렵다”라며 “어떤 경우에는 두 가족이 같은 시신을 두고 서로 자신의 가족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경찰은 2570개의 DNA 샘플을 채취해 분석하고 있으나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주가 걸릴 전망이다. 현재 인도, 중국, 싱가포르, 한국 등 해외 법의학 전문가들이 네팔 당국의 DNA 분석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지 기술 커뮤니티도 팔을 걷어붙였다. 킴부 테크의 최고경영자(CEO) 카르비카 타파는 “인공지능으로 훼손된 유해의 얼굴 특징을 디지털 복원해 실종 전 사진과 비교하는 시제품을 개발했다”라면서도 “민감한 정보를 다룰 때 법적·현실적 제약이 따르는 만큼 정부와 기술 커뮤니티 간의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매체는 경찰 당국이 기술 활용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최종 검증에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카플레 대변인은 “비교적 온전한 시신에는 사진 기술이 유용할 수 있지만, 진흙과 모래에 훼손되거나 부패가 심한 시신은 사진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기술 또한 오도될 수 있는 만큼, 최종적인 과학적 확인은 DNA 검사를 거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