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K푸드의 역설…수출 늘수록 ‘원재료 리스크’도 커진다

[지디넷코리아]

K푸드가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생산에 필요한 밀과 팜유, 대두 등 핵심 원재료의 해외 의존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에 더해 기후변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수출 확대와 함께 안정적인 원료 조달과 원가 관리가 식품업계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농심·삼양식품·오뚜기·CJ제일제당이 발표한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4개사 모두 주요 원재료 조달 과정에서 국제 곡물 및 원자재 가격과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상반기 원당·원맥·대두·옥수수 매입액은 약 1조 2700억원 규모다. 회사는 보고서에서 주요 원재료 가격이 국제 수급 상황과 작황, 환율 등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 물류창고에 정리돼 있는 수입산 원재료.(사진=지디넷코리아)

농심도 반기보고서를 통해 주요 원재료 가격의 변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소맥분 가격이 국제 작황과 지정학적 이슈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팜유 역시 국제유가와 세계 경기 등 대외 변수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포장재 역시 외부 변수에서 자유롭지 않다. 농심은 포장재 가격도 원유와 나프타 등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면 등 가공식품은 내용물에 들어가는 원재료뿐 아니라 용기와 포장재까지 여러 단계에서 대외 가격 변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오뚜기는 반기보고서에서 실제 주요 수입 유지류의 평균 매입가격 상승 흐름을 공개했다. 대두유와 팜유 등 주요 수입 유지류의 평균 매입가격은 2024년 톤당 974달러(약 130만 9250원)에서 지난해 1120달러(약 150만 5504원)로 오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1296달러(약 174만 2212원)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24년과 비교해 약 33% 오른 수준이다.

삼양식품 역시 반기보고서에서 계열 제분·정제 사업에 사용되는 주요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국제 원자재 가격과 주요 산지의 기후, 환율 움직임 등이 원재료 가격과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식품업계에서는 원재료 가격 변동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주요 원료를 연간 단위로 계약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계약을 미리 맺더라도 국제 시세와 환율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이후 계약 과정에서 가격 상승분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주요 원료의 경우 연간 계약 등을 통해 가격 변동에 따른 영향을 최대한 줄이려 하고 있다”면서도 “국제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 같은 부분은 개별 기업이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여서 원가 부담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환율은 식품업체에 양면적으로 작용한다. 해외 판매가 늘어난 업체의 경우 원화 약세가 해외 매출의 원화 환산액을 높이는 요인이 되지만 원재료를 해외에서 조달할 때는 반대로 구매비용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업체일수록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효과와 수입 원가 부담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원화 기준 매입비용은 올라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식품업계에서는 특정 국가나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처를 다양하게 가져가는 방안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농산물은 품질과 생산지역, 작황 등 여러 조건을 따져야 하는 만큼 단기간에 공급처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원료마다 요구되는 품질이나 생산 여건이 달라 단순히 다른 국가나 업체로 바꾸기가 어렵다”며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여러 생산지가 동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어 공급망을 다양하게 가져가는 것만으로 모든 위험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주요 생산지의 작황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단순한 공급처 다변화만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산지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대체 산지로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함께 오를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전쟁이나 주요국의 수출 제한 등 국제정세 변화가 겹칠 경우 원료 가격뿐 아니라 물류와 수급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곡물이나 유지류는 국제정세에 따라 가격과 공급 상황이 갑자기 달라질 수 있어 기업 차원에서 모든 위험에 대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장기 계약과 공급처 관리 등을 통해 변동성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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