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 “20년 전 성공에 머문 전자정부, AI 시대엔 바꿔야”

[지디넷코리아]

“2000년대 전자정부는 ‘정보화에 앞서야 한다’는 구호 아래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은 성공 모델이었습니다. 당시 찬란한 성공은 맞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어느덧 우리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짐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젊고 스마트한 인공지능(AI) 정부로 거듭나야 할 때입니다.”

김건민 기획예산처 과장은 8일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삼성SDS가 개최한 ‘리얼 서밋 2026(REAL Summit 2026)’에서 공공 부문 AI 전환(AX) 방향과 브리티웍스(Brity Works) 도입 경험을 공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건민 기획예산처 과장(사진=지디넷코리아)

김 과장은 한국 전자정부가 2000년대 국가적 정보화 정책과 함께 성장한 대표적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당시에는 1인 1PC 환경도 일반화되지 않았고 행정기관 내부에 정보시스템을 설계·운영한 경험도 충분하지 않았다. 부서마다 문서 입력을 담당하는 인력이 따로 있을 만큼 업무 환경도 지금과 달랐다.

이런 상황에서 전산 전문가와 전담 조직, 전문기관이 행정 정보화를 이끌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부처별 정보화 담당관 체계와 전산직 공무원 체계, 주요 공공기관의 정보화 기반 등 현재 전자정부의 뼈대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김 과장은 “동사무소에 가면 이메일을 만들어주고 전 국민이 이메일 하나를 갖자는 운동도 하던 시절”이라며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전자정부의 모든 기틀을 하나하나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한국은 유엔(UN) 전자정부 평가 등 국제 평가에서 선도 사례로 자리 잡았고, 해외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의 전자정부 운영 경험을 배우기 위해 찾는 사례도 많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만 과거의 성공 모델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AI 시대의 행정 수요와 맞지 않는다고 봤다. 1인 1PC조차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기에는 소수의 전산 전문가와 전문 부서가 조직 전체의 정보화를 이끄는 방식이 효과적이었지만, 디지털 기술이 모든 공무원의 일상 업무에 스며든 지금은 업무 현장의 문제를 중심에 둔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정부가 그동안 다양한 시스템과 정책을 설명하면서 ‘원스톱’이라는 표현을 반복해 왔다고 지적했다. 여러 기관에 걸친 기능과 링크를 한곳에 모으는 방식은 겉으로는 편리해 보이지만 실제 이용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절차와 서류를 다시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모든 기능을 나열하는 기존 시스템을 넘어 이용자가 원하는 일을 빠르게 해결하도록 돕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개인별로 배치하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먼저 안내하는 개인화된 공공 서비스도 향후 전자정부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김 과장은 전자정부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클라우드 기반 AX를 제시했다. 개별 시스템에 AI 기능을 더하는 수준을 넘어 공공 업무의 협업·보고·의사결정 과정을 클라우드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기획예산처는 삼성SDS의 협업 솔루션 ‘브리티웍스(Brity Works)’를 도입해 내부망 PC 업무 환경을 모바일까지 확장하고 있다. 내부망 PC에서 작성하거나 확인한 문서, 채팅, 화상회의, 일정 등을 모바일에서도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이동 중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간부와 현업 직원 간 업무 단절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기존에는 KTX 등 이동 중인 간부에게 자료를 보고하기 위해 문서를 출력하고 사진을 찍어 외부 메신저로 전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료 형식이 바뀌거나 보안 관리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뒤따랐다.

브리티웍스 도입 뒤에는 PC에서 자료를 확인한 간부가 모바일에서 곧바로 화상 채팅이나 메시지로 의견을 전달하고, 실무자가 즉시 피드백을 받는 업무 흐름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문서, 채팅, 화상회의, 일정관리 등 분산된 도구를 한 환경에서 쓰도록 해 외부 메신저 의존도를 낮추고 업무 편의성과 보안성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일정관리 방식도 바꾸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는 부서별로 별도 캘린더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일정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우려도 있었다. 기획예산처는 브리티웍스 내부 캘린더를 함께 사용하며 일정 정보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스템 선정 방식에서도 실제 사용자 경험을 중시했다. 제품 인지도나 기능 수, 시연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사용자들이 약 한 달간 직접 사용한 뒤 업무 품질 개선 효과, 사용 편의성, AI 연계·확장성, 보안성 등의 지표로 평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한 번 도입한 시스템을 교체하는 비용이 큰 만큼, 실사용자 평가로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김 과장은 “AX의 목표는 단순히 업무 시간을 줄이거나 협업 도구 하나를 새로 도입하는 데 있지 않다”며 “항상 배우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현장의 문제를 계속 개선하는 젊고 스마트한 정부를 만드는 데 AX가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부문 어디선가 비슷한 싸움을 하고 있는 기관과 조직이 있을 것”이라며 “이런 이상을 공유할 수 있다면 최대한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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