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러시아가 공세를 강화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재정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EU 정상들이 어렵게 도출한 지원 합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유로뉴스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키이우에서 열린 ‘의지의 연합’ 회의에서 900억 유로 규모 EU 대출 가운데 일부를 조기 집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쟁을 계속 수행하기 위해서는 230억 유로(약 36조4,159억원) 규모 국방 재정 부족분을 반드시 메워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재정 부족분을 메워야 러시아를 겨냥한 장거리 타격 역량에서 우크라이나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러시아에 더 큰 부담을 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실질적인 평화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할 수 있다”며 “더 많은 자금, 훨씬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EU 집행위는 현재 지원금 집행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지만 올해 지원 한도인 450억 유로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U 회원국들은 2026년과 2027년 각각 450억 유로씩 모두 900억 유로를 우크라이나에 무이자 대출해주기로 앞서 합의했다. 일부는 계약 검증, 개혁 이행 등 집행 조건도 붙였다.
파울라 핀유 EU 집행위 수석 대변인은 유로뉴스에 “우리 계획은 900억 유로 대출을 2년에 걸쳐 집행하는 것”이라며 “지원금 집행은 우크라이나가 추진하는 개혁과도 연계돼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는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U 회원국들은 이날 아일랜드에서 열린 비공식 장관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 헬렌 멕엔티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회의 직후 “진행 중인 대출에서 자금을 앞당겨 지급하는 것에 대해 폭넓은 지지가 있었다”면서도 “이 문제는 브뤼셀(EU 집행위)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U가 집행 일정을 바꾸려면 기존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EU 회원국 정상들을 설득해 승인 받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 조기 집행시 우크라이나가 다음해 후반기 재정 공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비(非)EU 동맹국에 지원을 호소하고 있지만 주요 지원국이었던 미국은 사실상 지원을 중단했다.
스웨덴과 네덜란드, 스페인, 폴란드는 900억 유로 대출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위해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다시 거론하고 있다. EU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2100억 유로 규모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동결했다.
안드리스 쿨베르그스 라트비아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이 비용은 EU 시민의 돈이 아니라 동결된 러시아 자산으로 부담하도록 합의해야 한다”며 “왜 유럽 시민들이 전액을 부담해야 하느냐. 그 돈은 러시아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EU는 당초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동결 자산 대부분을 보유한 금융기관 ‘유로클리어’ 본사가 위치한 벨기에를 중심으로 일부 회원국들이 법적·재정적 위험을 우려하며 반대해 불발됐다.
EU 정상들은 이후 EU 미집행 예산을 담보로 공동 차입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러시아 동결 자산 활용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벨기에는 러시아 자산을 활용하려면 광범위한 위험 분담·연대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유로클리어는 러시아가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직면해있다.
한 EU 고위 관계자는 유로뉴스에 “지난해 상황을 돌아볼 때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동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일부 회원국의 반대 요인과 유보적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그 상황이 닥치면 그때 가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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