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드보라 인턴 기자 = 중국에서 출근 직후 회사 화장실에서 숨진 30대 프로그래머가 컴퓨터를 켜고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선전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30대 남성 A씨는 지난 4월 회사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사고 당일 출근 기록을 남긴 뒤 11층 자신의 사무실이 아닌 2층 화장실로 향했다. 이후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응급조치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A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현지 인적자원사회보장국은 지난 7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국은 A씨가 발견될 당시 자신의 자리에서 근무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출근한 뒤 컴퓨터를 켜거나 업무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유족은 이에 반발해 행정 심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아내는 남편이 해당 회사에서 근무한 4년 동안 평소 오후 9시 넘어까지 일했고, 새벽 2시까지 근무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당국의 판단을 두고 현지 법조계에서도 반론이 나왔다.
베이징의 줘하오 법률사무소 소속 장젠 변호사는 “근무 중 화장실 이용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생리적 활동인 만큼 사내 화장실 역시 근무 환경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A씨의 평소 업무 강도 역시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할 때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비슷한 사례에서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 전례도 있다. 지난 2024년 광둥성 법원은 직장 화장실에서 숨진 요리사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중국에서는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경우 유족이 장례비와 부양가족 지원금, 일시 보상금 등을 받을 수 있다. 올해 기준 일시 보상금은 약 110만 위안(약 2억2600만원)이다.
A씨의 회사가 유족에게 별도의 보상금을 지급했지만,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출근 후 회사 화장실을 이용한 시간을 업무와 완전히 분리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과로를 경계하며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근로자 사망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32세 프로그래머가 수년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숨졌으며, 사망한 지 8시간이 지난 뒤에도 업무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에는 중국 동부 지역의 30대 남성이 104일 동안 단 하루만 쉬며 근무한 뒤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진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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