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경제를 고사시키겠다는 취지의 새 전략인 ‘경제적 고립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 개시를 선포했으나, 이란은 종전 양해각서(MOU) 복원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총력 압박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인정하라는 기존 입장에서 움직이지 않는 기류다.
이란 반(半)관영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익명의 이란 소식통은 25일(현지 시간)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과의 회담에서 이란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했다”며 “이란의 조건은 미국의 MOU 복귀, 특히 호르무즈 해협 관련 제5항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무니르 총장은 미국의 위협을 전달하러 온 것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협상의 여지를 넓히고 이란의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적 고립 작전 개시와 동시에 중재국 파키스탄과 오만을 이란에 보내 협상 복귀를 압박하는 강압 외교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를 선제적으로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니르 총장을 통해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인정하는 것이 유일한 종전 해법이라는 뜻을 재차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6월17일 MOU 체결 직후부터 이어진 분쟁 국면에서 이란이 고수해온 원론적 입장이다.
MOU 제5항은 “이란은 즉시 60일에 한해 비용 없이(with no charge for 60 days only) 페르시아만에서 오만만으로, 그리고 반대 방향으로 가는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돼 있다.
이란이 이를 호르무즈 해협 통항 관리 주체가 자국뿐이라는 의미라고 주장하자, 미국과 국제사회는 MOU의 핵심은 ‘완전 자유 항행’이며 특정국이 국제 수로를 막을 수는 없다고 반박해왔다. 미국이 오만 쪽 수로 개방을 주도하자 이란이 상선 공격을 재개하면서 MOU 체제는 붕괴됐다.
이란은 오만과의 호르무즈 해협 임시 항로 합의 체결 역시 MOU상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재확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진입시에는 온전히 이란 영해를 통과하고, 진출 항로에도 이란 영해를 포함시킴으로써 이란이 통항 전반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데 방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날 합의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강화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에 미리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카젬 가리바바디 외무부 법무 담당 차관은 합의 발표 후 “이것은 호르무즈 해협 (자유) 개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개설한 (오만 연안) 남쪽 항로를 폐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란은 미국의 ‘경제적 고립 작전’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핵심 교역국 중국이 거부에 가까운 입장을 밝히고 있고, 중동 주요국도 섣불리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기류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경제 전쟁 및 최대의 압력은 사안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의 대이란 협력은 언제나 국제법의 틀 안에서 이뤄졌으며, 방해받거나 약화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를 제외한 걸프 주요국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 분위기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앞서 미국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를 적국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이에 대해 “미국의 압박에 동참하는 것이 나은 선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란의 보복을 촉발해 걸프 전역에서 공습이 재개될 수도 있다”며 “걸프 각국은 새 적대행위나 제재보다는 ‘대화와 외교’를 강하게 촉구하는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란도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25일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에 “이란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의지는 주변국과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외교와 함께 추진되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파키스탄·오만 측과의 연쇄 회동에 대해서도 “회동에서 현안에 대한 역내 차원의 해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역내 외교와 주변국간 협력은 지역 평화의 핵심적인 두 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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