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프트뱅크의 특허 폭탄, AI 시대 새로운 전쟁이 시작됐다

[지디넷코리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지난 7월 14일 발표한 최신 생성형 인공지능(AI) 특허 동향 보고서는 한 가지 분명한 변화를 보여준다. 생성형 AI 특허 경쟁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WIPO에 따르면 전 세계 생성형 AI 특허 패밀리 공개 건수는 2024년 1만 8862건에서 2025년 3만 7808건으로 약 두 배 증가했다. 2024년과 2025년 두 해에만 5만 6000건이 넘는 새로운 특허 패밀리가 공개됐는데, 이는 2014~2023년 10년간 누적 공개량을 넘어서는 규모다. 2025년 생성형 AI 특허 패밀리는 전체 AI 특허 패밀리의 8.7%를 차지해 2023년 6.1%보다 크게 높아졌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출원 주체 변화다. 중국계 기업과 기관이 여전히 압도적인 가운데, 단일 기업 기준으로 일본 소프트뱅크가 세계 최대 생성형 AI 특허 보유 주체로 올라섰다. WIPO가 집계한 소프트뱅크의 생성형 AI 특허 패밀리는 2014~2025년 누적 2985건이다. 사실상 대부분 2025년 공개됐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생성형 AI를 단순한 서비스 기술이 아니라 향후 AI 인프라와 사업 생태계 협상력을 좌우할 핵심 지식재산으로 보고, 관련 특허 포트폴리오를 선제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박병욱 겸임교수

국가별로 보면 중국 규모는 더욱 압도적이다. 중국 소재 발명자가 2024~2025년 공개한 생성형 AI 특허 패밀리는 4만 3000건을 넘어, 중국이 2014~2023년 10년 동안 공개한 전체 규모보다도 많다. 다만 성장 속도에서는 일본과 미국 등이 빠르게 따라붙고 있다.

2023~2025년 생성형 AI 특허 패밀리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일본 210%, 미국 92%, 중국 64%였다. 일본 성장률에는 소프트뱅크의 대규모 공개 물량 영향이 컸다.

더 중요한 것은 특허의 ‘양’ 자체가 아니라 특허 생산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성형 AI는 기술개발뿐 아니라 특허명세서와 청구항 초안 작성, 선행기술 검색, 포트폴리오 분석 등 지식재산(IP) 업무의 상당 부분까지 자동화할 수 있다.

과거에는 막대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했던 대규모 출원이 이제는 훨씬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해졌다. 소프트뱅크 사례는 이러한 변화가 이미 현실의 특허 포트폴리오에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소프트뱅크라는 특정 기업만의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사진=씨넷재팬)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심사 인프라 부담이다. 다만 한국 최근 상황은 과거보다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2025년 특허 심사대기기간은 전체 평균 14.7개월로, 2024년 16.1개월보다 단축됐다. 우선심사는 약 2.1개월, 초고속심사는 1개월 이내 수준이다. 정부도 2026년 AI·사물인터넷(IoT)·컴퓨터 등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심사관을 추가 채용하고, 수출 촉진 및 첨단기술 초고속심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특정 기업이나 기술 분야에서 수만 건 단위 출원이 단기간에 집중되면, 심사관 업무량과 선행기술 검색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올해 개인이 AI를 활용해 대리인 없이 특허 출원하는 경향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AI가 다른 산업에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개별 기술들 간 경계가 흐려지는 것을 넘어 산업간 경계가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될 것이다.

더 실질적인 문제는 자유실시(FTO, Freedom to Operate) 리스크 증폭이다. 미국 특허청이 지난 2020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AI를 포함한 특허는 미국 특허청 기술 분류(subclass) 가운데 42%를 넘어섰다. ‘42%’라는 숫자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8년 통계다. AI가 이미 특정 기술에 머물지 않고 거의 전 산업 기술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소프트뱅크처럼 AI 인프라부터 이미지 분석, 로봇·교통 제어 등 다양한 응용 영역을 포괄하는 대규모 특허 포트폴리오가 더해지면, AI 서비스를 하는 기업 뿐 아니라, AI 전환(AX) 전략을 구사하는 많은 제조업체도 자신의 제품과 제조 공정 및 서비스가 어떤 특허 청구항과 충돌하는지 훨씬 더 촘촘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개별 특허 권리범위가 넓지 않더라도 특허의 절대적 숫자가 늘면 FTO 분석과 회피설계 비용과 시간은 함께 증가하기 마련이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대량의 특허가 향후 라이선스이나 소송 자산으로 전환될 가능성이다.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기업이라도 특정 사업부 특허 포트폴리오가 사업 방어를 넘어설 정도로 커지면 라이선스, 크로스 라이선스, 제3자 매각 등 다양한 수익화 수단을 검토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가 최근 2~3년 사이 특허 출원을 급격히 확대한 이면에는 당연히 이러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 봐야 한다. 특허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가치가 기업 비즈니스 자체 가치와 별개로 커질 가능성은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특허심판 환경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미국 특허청은 2025년부터 무효심판(IPR·PGR)의 재량적 거절(discretionary denial)을 별도로 다루는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2026년에는 관련 결정들을 선례성 있는 판단으로 지정하는 등 재량적 판단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특허 무효화가 어려워졌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사실 침해소송과 병행 소송, 당사자들의 형성된 신뢰 또는 안정된 업계의 기대(settled expectations), 미국 내 제조·투자 등 여러 요소가 IPR 개시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특허를 대량 보유한 권리자와 이를 상대해야 하는 기업 모두 이러한 절차적 환경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사진=USPTO)

1. FTO 분석을 상시 체계로 전환해야

과거에는 신제품 출시 직전에 한 차례 수행하는 이벤트성 작업으로 FTO 분석을 생각했다면, 이제는 개발 초기부터 출시 후까지 지속 관리하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 AI 기반 선행기술 검색과 특허 모니터링 도구를 활용해 경쟁사의 신규 출원과 공개공보를 지속 추적하고, 제품·기술 로드맵과 연결해 위험 특허를 조기 선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검토할 특허 범위를 줄이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대량 출원 주체가 등장한 지금, 모든 특허를 동일한 방식으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검토하는 방식은 비용과 속도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2. 방어 특허 네트워크 적극 검토를

6300개 이상 회원사와 600만 건 이상 특허 자산을 보호하는 비영리 방어형 LOT 네트워크(LOT Network)나 비영리기업 특허를 공동 방어하기 위한 유니파이드 패턴트(Unified Patents) 같은 방어적 특허 네트워크는 개별 기업이 모든 특허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고, 일정 조건 아래 회원사 공동 방어 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허관리전문기업(NPE) 등 제3자의 특허 공격 가능성이 커지는 환경에서 개별 기업이 수많은 NPE의 특허와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대응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네트워크가 보완적 방어수단이 될 수 있다. 국내 기업도 단순히 가입 여부를 검토하는 데 그치지 말고, 자사 주요 사업영역과 해외 시장, 특허분쟁 이력 등을 기준으로 실제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3. 방어적 공개(Defensive Publishing)도 방법

특허로 보호하기에는 진보성 확보가 불확실하거나, 굳이 독점권까지 확보할 필요가 없는 기술이라면 특허 대신 공개 문헌으로 남겨 선행기술화하는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소프트뱅크도 출원 중 상당수가 이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경쟁사나 제3자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권리를 확보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생성형 AI가 특허 문서의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한다면, 방어적 공개 역시 체계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다. 공격 규모가 커지는 시대에는 방어의 속도도 함께 높여야 한다.

4. 양보다 질로 포트폴리오 전략을 재정비해야

대량 출원 시대일수록 자기 포트폴리오에서 불필요한 특허를 솎아내고, 실제 제품과 사업을 지키는 핵심 특허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동시에 경쟁사 출원 데이터를 단순한 감시 대상이 아니라 경쟁 정보로 활용해야 한다. 어떤 기술에 출원이 몰리는지, 특정 기업이 어느 국가에 집중 출원하는지, 기존 제품과 어떤 청구항이 연결되는지 분석하면 경쟁사 연구개발 방향과 사업전략을 상당 부분 앞서 읽을 수 있다. 결국 양적 경쟁에 그대로 맞서기보다 상대 출원 패턴을 정보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5. 크로스 라이선스와 특허 풀 참여 조기 검토를

특정 기업 포트폴리오가 압도적으로 커진 뒤에 협상을 시작하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량 출원 주체가 본격적인 라이선스 사업에 나서기 전에, 자사 핵심 특허와 상대방 포트폴리오를 비교하고 크로스 라이선스, 공동방어, 특허 풀 참여 등 다양한 선택지를 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표준필수특허(SEP)·프랜드(FRAND) 시장에서 오랫동안 확인된 교훈과도 맞닿아 있다. 협상은 상대방 패가 모두 갖춰진 후가 아닌, 협상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시작하는 편이 유리하다.

6. 이사회·경영진 차원 조기 경보 체계 구축

지금까지 대응은 대부분 IP팀 차원 실무 과제로 다뤘다. 그러나 소프트뱅크 사례가 보여주듯 대량 출원은 단순한 IP 활동량 증가가 아니라 사업전략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 특정 경쟁사나 잠재적 분쟁 상대의 출원량이 갑자기 증가하거나, 특정 국가와 기술 영역에 집중되기 시작하면 이를 조기 포착해 경영진에 보고하고 적절한 대응전략을 수립하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경영진 또한 기존처럼 특허를 대하지 말고 전략자산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대응할지 전략을 전체 기업 비즈니스 전략과 일치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허가 실제 라이선스 요구서나 분쟁으로 번진 뒤 대응하면 이미 늦어 그만큼의 대가가 뒤따를 수 있다. 경쟁사의 출원 패턴 변화 단계에서 전략을 세우는 편이 효과적이다.

WIPO 최신보고서 속 생성형 AI 특허 보유 주체 상위 10곳에 한국 기업은 없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생성형 AI를 발명하고 있다. 2023~2025년 특허 패밀리 증가율은 연평균 21%였다. 한국이 생성형 AI 특허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으며, 중국의 절대적인 규모와 미국·일본의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글로벌 경쟁 구도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WIPO는 2025년 생성형 AI 국제 특허 패밀리를 3297건으로 집계했는데, 이는 전체 생성형 AI 특허 패밀리의 9%에 불과하다. 복수국가에서 공개된 특허 패밀리는 출원인이 상대적으로 상업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발명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경쟁은 단순히 ‘몇 건을 출원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발명을 어느 시장에서 권리화하고 실제 사업과 협상력으로 연결하느냐의 문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많은 한국 기업도 한국에서만 특허를 취득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특허를 받을 만한 발명이라면, 해외에서도 특허를 받을 가치가 있는 기술이란 의식이 확산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에 생성형 AI가 빠르게 결합하고 있는 지금, 특허 경쟁 무대도 기존 산업별 경계를 넘어가고 있다. 특허는 더 이상 발명의 결과물이라는 수동적 자산에 머물지 않는다. 생성형 AI 시대에는 기술 방향을 선점하고, 경쟁사 진입을 견제하며, 향후 라이선스와 협상 카드를 미리 확보하는 전략자산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변화의 중심으로, 혁신의 주체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국가 전체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이제 기업 IP 전략도 ‘얼마나 많이 출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떤 기술을 선점하고, 어디에서 권리를 확보하며, 경쟁사의 특허 폭증을 어떻게 조기 감지하고 대응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특허의 홍수가 시작됐다면, 기업에 필요한 것은 더 큰 우산이 아니라 홍수의 방향을 먼저 읽는 레이더이고, 그 이전에 홍수를 방지하기 위한 매뉴얼과 이를 실행하는 구체적인 행동이다.


필자 박병욱
테스 IP법무팀장과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아이피코드 대표, 동국대 겸임교수, 지식재산처 정책연구 심의위원, 한국발명진흥회 중앙위원, INTA Commercialization of IP 멤버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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