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 잡겠다”던 트럼프…미국 국가부채 첫 40조 달러 돌파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지출을 통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미국 연방정부 총부채가 사상 처음 40조달러(약 5경5600조원)를 넘어섰다. 연방정부 총부채는 지난 1년간 3조달러 늘었다. 코로나19 대유행기를 제외하면 역대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미 재무부 자료를 인용해 연방정부 총부채가 전날 40조47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40조달러는 일반 투자자와 금융기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외국 정부 등이 보유한 약 32조3000억달러와 사회보장신탁기금 등 연방정부 계정이 보유한 약 7조8000억달러를 합친 금액이다. 채권시장은 이 가운데 일반 투자자·연준·외국 정부 등이 보유한 부채를 핵심 지표로 본다. 이 부채 규모만 해도 미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하다.

미 의회 합동경제위원회는 이달 초를 기준으로 총부채가 지난 1년간 하루 평균 79억1000만달러씩 늘었다고 계산했다. 19일 원·달러 환율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약 11조원, 초당 평균 약 1억2700만원씩 증가한 셈이다.

이 같은 부채 증가세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건 재정건전성 목표와 대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낭비성 정부 지출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재정적자를 GDP의 3%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제정된 대규모 감세·지출법에는 복지지출을 줄이는 조항도 담겼다. 하지만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 규모가 더 커 전체적으로는 재정적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 법이 2025년 1월 기준 전망보다 2025~2034년 누적 재정적자를 4조2000억달러 늘릴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7 회계연도 국방비를 1조5000억달러로 늘리는 구상도 내놨지만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2000년 6조달러 미만이던 미국의 총부채는 현재 40조달러로, 20여년 만에 6배 넘게 불어났다. 최근 10년 동안에만 두 배가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대규모 재정지출이 이뤄졌고, 여기에 장기간 이어진 세입·지출 불균형이 겹쳤다. 초당파 재정감시단체인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의 마크 골드웨인 선임정책국장은 이를 “자동차 계기판에 켜진 거대한 엔진 경고등”에 비유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2024년 GDP의 6.3%에서 지난해 5.9%로 낮아졌다. CBO는 올해 GDP 대비 적자 비율도 5.8%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적자액은 약 1조9000억달러에 달한다. 경제가 비교적 견조한 상황에서도 2조달러에 가까운 적자가 이어지는 셈이다.

CBO는 일반 투자자 등이 보유한 연방부채가 올해 GDP의 101%에서 2030년 108%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기록한 종전 최고치 106%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2036년에는 GDP의 1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 국채 장기금리는 재정 건전성 우려와 대규모 국채 발행에 더해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물가 불안이 겹치면서 큰 폭으로 올랐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신규 차입과 기존 부채 차환 비용도 커진다.

지난 12일 실시된 10년 만기 국채 입찰의 최고 낙찰금리는 4.683%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튿날 3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도 낙찰금리가 5.216%를 기록해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2026 회계연도 첫 10개월인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미국의 순이자 지출은 9630억달러였다. 국방부 군사활동 지출 7630억달러보다 2000억달러 많았다. 투자자문사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이를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만기 국채를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하면 이자비용이 늘고, 재정 우려로 금리가 다시 올라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19일 장기 국채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시중에 유통 중인 장기 국채를 되사들이는 규모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9월9일부터 11월4일까지 10~20년물과 20~30년물 국채의 회당 매입 한도를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린다. 재무부의 국채 매입 발표 이후 장기금리는 하락했다. 다만 이는 시중에 유통 중인 장기 국채를 사들여 거래 여건을 개선하는 조치로, 재정지출을 줄여 국가부채 자체를 감축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 같은 단기 시장안정 조치와 별개로 미국의 구조적 재정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재정 전문가들은 공화·민주 양당 모두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 구조적 적자를 줄일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중도 성향 정책연구기관인 초당파정책센터의 샤이 아카바스 경제정책 담당 부대표는 경제가 비교적 강한데도 연방정부가 연간 2조달러 안팎의 적자를 내고 있다며 경기침체가 닥치거나 해외 분쟁이 격화하면 부채가 더 빠르게 늘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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