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쿵푸 발차기와 춤으로 이름을 알린 중국 로봇업체 유니트리 로보틱스가 상하이 증시 상장을 앞두고 개인 온라인 청약에서 최초 배정 물량의 8000배가 넘는 주문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지난해 1~9월 휴머노이드 매출의 73.6%가 연구·교육용이었고, 집안일이나 공장 업무를 장시간 맡기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14일(현지시간) 유니트리가 공모가를 주당 150.8위안(약 3만1500원)으로 확정하고 4044만6434주를 발행해 약 61억 위안(약 1조2700억원)을 조달한다고 보도했다. 상장 후 기업가치는 약 610억 위안(약 12조7400억원)으로 평가됐다. 상장이 완료되면 중국 본토 증시에 입성하는 첫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가 된다.
온라인 청약의 최초 유효 청약 배수는 8288.82배였다. 청약 열기가 과열되자 기관 배정 물량 일부를 개인투자자 몫으로 돌렸고, 최종 중첨률은 0.01809759%로 높아졌다. 최종 배정 물량을 기준으로 환산해도 약 5526배에 달한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하이퍼리퀴드에서는 유니트리 주식 자체가 아니라 상장 뒤 주가를 예상해 베팅하는 파생계약이 CNBC 보도 시점에 공모가의 약 4배에 거래됐다.
투자 열기와 달리 전문가들은 로봇의 실제 작업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오훙 로터스자산운용 매니징파트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춤추는 모습은 흥미롭지만 실제 집안일을 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니트리도 투자설명서에서 로봇 손이 장시간 반복 작업에 필요한 정밀도와 내구성을 아직 갖추지 못해 대규모 상용화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인정했다. 도미니크 프로스 VP뱅크 애널리스트는 로봇이 간단한 일이라도 과업마다 별도로 훈련받아야 하며, 복잡한 일상 업무는 아직 수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휴머노이드는 실제 작업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배터리 지속시간이 최대 4시간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자들이 몰린 배경에는 증시에서 살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이 많지 않다는 희소성도 있다. 경쟁사 애지봇은 홍콩, 러쥐 로보틱스는 선전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로봇업체 림엑스 다이내믹스도 기업공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업체들의 강점은 제조 규모와 원가 경쟁력이다. 우드매켄지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산업용 로봇 연간 신규 설치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전 세계에 배치된 휴머노이드 가운데 중국 업체 제품의 비중은 약 90%로 추정됐다.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평균 가격은 2020년부터 2025년 사이 93% 떨어져 5만8000달러가 됐다. 우드매켄지는 유니트리 G1을 하루 8시간 가동할 경우 연간 전기료가 82달러에 그칠 것으로 계산했다. 다만 이는 세계 산업용 평균 전기요금을 적용한 추정치로 로봇 구입비와 수리비, 작업 학습 비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유니트리 직영몰에서 현재 기본형 G1은 1만3500달러에 표시돼 있으며 연구·개발용 EDU 모델은 별도 견적을 받아야 한다.
우드매켄지는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보유 대수가 2035년까지 연평균 90% 넘게 늘어 1000만대를 돌파하고, 연간 출하량도 4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해 휴머노이드가 사용할 전력은 연간 6테라와트시(TWh)로 추산했다. 이는 보급 속도와 사용시간을 전제로 한 장기 전망이다.
유니트리의 지난해 매출은 약 17억1000만 위안(약 3570억원)으로 전년보다 335%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매출 증가율은 68.5%로 둔화했고, 비경상 항목을 제외한 순이익은 4025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52.6% 감소했다. 연구개발과 마케팅 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판매처도 실제 노동력을 대체하는 산업 현장보다 연구기관과 시연 행사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1~9월 휴머노이드 매출의 73.6%가 연구·교육 분야에서 나왔다. 아직 규모가 작은 산업용 매출에서도 기업 안내와 견학용 로봇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유니트리 공모가에 적용된 주가수익비율은 219.23배로 같은 업종 평균인 38.56배를 크게 웃돌았다. 현재 공모가는 유니트리가 연구·교육용 로봇업체를 넘어 가정과 공장에 대규모로 진출할 것이라는 기대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향후 실제 산업용 판매와 수익이 이런 기대를 따라가지 못하면 고평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미국 시장의 규제도 변수다. 미 연방통신위원회는 지난달 외국산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 등 첨단 로봇을 안보 위험 장비 목록에 추가했다. 신규 외국산 모델은 원칙적으로 미국 내 수입·판매에 필요한 승인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이미 승인받은 모델은 계속 수입·판매할 수 있고, 개발과 시험만을 위한 소량 시제품도 예외다. 지난해 유니트리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13.3%였다.
미·중 기술 갈등이 심해져 미국이 엔비디아의 로봇용 칩과 소프트웨어 공급을 제한하면 유니트리 등 중국 업체의 로봇 개발과 AI 학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이 관련 서방 기술을 아직 완전히 대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꾸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 구동장치와 모터에 중국산 소재를 사용하는 서방 로봇업체들도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반복 작업이 정형화된 공장에서는 전용 로봇이 휴머노이드보다 싸고 신뢰성이 높고, 휴머노이드는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장점이 있다고 본다. 상장 후 시장은 유니트리의 화려한 시연보다 실제 작업과 수익성 있는 판매처가 얼마나 빨리 늘어나는지를 평가하게 될 것으로 신문은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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