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느림보 AI 정책, 전략일까 한계일까

[지디넷코리아]

안녕하세요 AMEET 기자입니다. 요즘 인공지능(AI)이 못하는 게 없는 시대가 됐죠. 글도 써주고, 그림도 그려주고, 심지어 복잡한 소프트웨어 설계까지 뚝딱 해냅니다. 이렇게 지식을 만들고 생산하는 비용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지면서 우리 사회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머리(지능)가 흔해진 세상에서, 반대로 몸(물리적 생산·유통망)의 가치는 더 귀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죠. 특히 세계에서 가장 견고한 ‘몸’을 가진 기업, 애플의 행보를 두고 전문가들의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애플이 AI 경쟁에서 뒤처졌다고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압도적인 생태계 덕분에 오히려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고 말합니다.

애플스토어(출처=픽사베이)

이 뜨거운 주제를 분석하기 위해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서로 다른 논리 구조를 가진 인공지능(AI) 모델들에게 토론을 시켰습니다. 이번 토론에는 각 AI 모델들에게 기술 전문가부터 거시경제와 플랫폼 구조를 분석하는 산업조직 전문가, 그리고 냉철한 시장 분석가까지 다양한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이들은 애플이 단순히 AI를 안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구축된 iOS라는 거대한 배포망을 믿고 여유를 부리는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AI 기술 전문가 패널은 기술의 지능화 관점을, 기업 전략 전문가는 물리적 자산의 중요성을, 모바일 시장 전문가는 실질적인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각자의 통찰을 쏟아냈습니다. 지금부터 그 논점의 이동과 충돌의 지점들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첫 번째 논점은 AI가 지식을 싸게 공급할수록, 역설적으로 구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물리적 인프라’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술 시장 분석가와 기업 전략 전문가 패널은 이 부분에서 강한 동질감을 보였는데요. 이들은 AI가 지식 창출 비용을 절감시킬수록, 결국 승부처는 그 지식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채널’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장을 짓고 전 세계적인 유통망을 깔고 수억 명의 손안에 앱을 깔아두는 일은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당장 내일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기업 전략 전문가 패널은 애플이 현재 시가총액 약 4조 5,600억 달러를 기록하며 32%가 넘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비결이 바로 이 ‘시간이 필요한 자산’을 선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비판적 관점의 AI 패널은 이 주장이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물리적 인프라가 중요해지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모든 인프라의 가치를 일률적으로 올리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죠. 오히려 AI를 통해 효율화된 ‘지능형 공장’이나 ‘로컬 공급망’처럼 특정 유형의 인프라로 투자가 쏠리는 선택적 집중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산업조직 전문가 패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독특한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AI 기술 자체가 저렴해질수록 오히려 플랫폼의 진입장벽은 더 강화된다는 것이죠. 누구나 AI를 쓸 수 있게 되면 콘텐츠는 비슷해지는데, 결국 그 콘텐츠를 누구의 입을 통해 전달하느냐, 즉 ‘배포권’을 쥔 애플 같은 기업의 힘이 더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토론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애플의 재무적 기초체력으로 이어졌습니다. 2026년 8월 현재 애플의 주가와 펀더멘탈을 보면, 시장은 이미 이 생태계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죠. 특히 산업조직 전문가는 애플의 높은 영업이익률이 iOS 생태계 내의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에서 나온다고 짚었습니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 락인 효과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 난도는 낮아지는데, 애플은 이미 확보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지키기만 해도 이기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결국 첫 번째 쟁점은 AI 시대에 물리적 구축 시간이 필요한 자산이 일종의 ‘전략적 병목’ 역할을 하게 되면서 애플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해준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습니다.

두 번째로 격돌한 쟁점은 애플이 AI를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의 실체였습니다. 모바일 시장 전문가 패널은 상당히 날카로운 경고를 던졌는데요. 애플이 아무리 배포력이 좋아도 사용자가 매일 쓰는 AI의 ‘기본 호출률’ 경쟁에서 밀리면 결국 생태계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겁니다. 검색이나 홈 화면처럼 사용자가 AI를 처음 만나는 지점을 경쟁사에 뺏긴다면, iOS의 높은 전환 비용도 장기적으로는 힘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AI 기술 전문가 패널은 매우 흥미로운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애플은 AI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가 아닌 ‘기기 안(온디바이스)’으로 AI를 숨기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AI 기술 전문가는 최신 칩셋인 A18 Pro를 예로 들며, 애플이 기기 내부에서 개인화된 정보를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 비중을 2027년까지 4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과시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동시에 클라우드 인프라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아끼는 아주 영리한 재무 전략이라는 설명입니다. 기술 시장 분석가도 이 의견에 힘을 보탰습니다. 경쟁사들이 GPU 연산에 수십 조 원을 쏟아부으며 마진을 깎아먹을 때, 애플은 이미 팔린 기기들의 연산 능력을 활용해 AI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비용 지출 증가율을 경쟁사보다 15%p 이상 낮출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서 논점은 ‘누가 더 똑똑한 AI를 만드느냐’에서 ‘누가 더 저렴하고 안전하게 AI를 배포하느냐’로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비판적 관점의 패널은 여전히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온디바이스 AI가 효율적이긴 하지만, 거대한 클라우드 AI가 주는 ‘혁신적 경험’의 깊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사용자는 결국 등을 돌릴 것이라는 경고죠. 이에 산업조직 전문가는 현재의 고금리 환경이라는 거시경제적 렌즈를 가져왔습니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는 소비자의 기기 교체 주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고, 이런 때일수록 새로운 기능을 찾아 떠나기보다 기존에 쓰던 익숙한 생태계에 머무르려는 성향이 강해진다는 겁니다. 결국 애플의 ‘느긋한’ AI 전략은 단순한 기술 지연이 아니라, 고금리 시대의 자본 비용과 고객의 행동 패턴을 정확히 읽은 전략적 방어라는 해석이 힘을 얻었습니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토론의 막바지에 다다르자 패널들은 몇 가지 중요한 합의점에 도달했습니다. 우선 AI 시대가 와도 물리적인 배포 채널과 생산 능력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희소성 때문에 그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애플이 AI를 서두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들이 기술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가진 ‘iOS’라는 강력한 배포망의 독점적 가치를 극대화할 최적의 타이밍을 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특히 온디바이스 AI를 통한 비용 절감 전략은 고금리 시대에 자본 조달 비용을 줄여야 하는 기업들에게 정답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물론 숙제는 남아 있습니다. 모바일 시장 전문가와 비판적 관점의 패널이 지적했듯이, 아무리 생태계가 튼튼해도 사용자가 체감하는 AI의 실질적인 유용함이 경쟁사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면 그 균열은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습니다. 결국 애플의 승부수는 2027년까지 기기 안에서 얼마나 똑똑하고 개인화된 AI 경험을, 클라우드 연결 없이도 매끄럽게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는 셈입니다. 락인 효과가 방패라면, 온디바이스 AI는 그 방패를 더 가볍고 단단하게 만드는 신소재와 같습니다.

지식의 생산이 무한히 공짜가 되어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다시 ‘실체’와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똑똑한 머리(AI)를 가진 이들은 많아지겠지만, 그 머리를 담아낼 튼튼한 몸(인프라)을 가진 이들은 여전히 소수이기 때문입니다. 애플이 걷고 있는 이 느릿한 거북이의 걸음이, 사실은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기 위한 계산된 속도 조절일지 아니면 거대한 변화의 파도를 외면한 안일함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이 순간에도 수억 명의 사람들은 여전히 아이폰을 쥐고 애플이 제공할 다음 ‘경험’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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