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박선정 김정현 오정우 이윤석 기자 =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2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경찰이 1개월 안에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고, 경찰의 충실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상급 또는 다른 수사관서에 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수사 기록 열람·복사 청구권과 고발인의 이의제기권도 신설됐다.
법조계에선 검사가 견제 기관으로서 기존 수사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보완책만으로 피해자 보호 공백을 막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수사권 전면 폐지…사법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만
법사위는 29일 전체회의에서 김용민·김한규·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10건의 법률안을 통합·조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여당 주도로 의결했다.
개정안은 검사가 공소 제기와 유지를, 사법경찰관이 수사를 각각 책임지도록 명문화했다. 형사소송법의 수사 관련 조항 전반에서도 경찰을 수사 주체로 일원화했다.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수사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고, 경찰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다만 영장 집행 지휘권과 압수물 환부 등 재판 집행 및 증거물 처분과 관련된 검사의 일부 권한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검사의 직접수사 기능을 없애면서도 재판 수행 및 영장 집행 등에 필요한 일부 권한은 남겨둔 것이다.
개정안은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사법경찰관이 원칙적으로 1개월 이내에 이를 이행하도록 했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했는데도 수사기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담당 수사관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특히 담당 수사관에게 충실한 보완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검사가 상급 수사관서나 다른 수사관서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도록 했다. 경찰의 의도적인 증거 누락 등 같은 수사기관에 다시 맡기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사건에선 보완수사 담당 기관을 바꿀 수 있도록 장치를 둔 것이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사의 재수사 요구 권한은 강화했다.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재수사를 요구하면서 구체적인 이행기간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고소인 권리 강화…고발인도 불송치 이의신청 가능
피해자와 고소인 등 사건 관계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치도 강화했다.
피해자 등은 이의신청을 위해 수사 기록 열람과 복사를 청구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수사가 지연되거나 경찰에 의해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수사기관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한 경우 고소인과 피해자뿐만 아니라 이제 고발인도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함에 따라 공소제기 여부 판별에 필요한 경우 피의자, 사건관계인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거나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는 ‘사실관계 확인’ 절차도 신설했다. 단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순 없다.
재정신청 대상은 성폭력·가정폭력·스토킹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로 확대됐다. 재정신청 사건의 관할은 고등법원에서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변경했다.
◆법조계 “수사기관 오류 시정에 한계…’제 식구 감싸기’ 우려”
법조계에서는 보완수사 요구만으로는 수사 오류를 바로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부장검사 출신인 권나원 법무법인 삼현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자신이 한번 내렸던 결론을 스스로 바꾸는 데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며 “잘못되거나 부실한 수사는 다른 기관이 새로운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보충될 수 있는데, 보완수사 요구를 강화해서 해결될 수 있는 사건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검찰에서 보완수사가 내려온다고 해서 경찰이 결론을 바꾸는 경우는 1%도 안 된다”며 “경찰 수사에 치명적인 결함이나 부실이 생길 경우 이를 바로잡을 여지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완수사를 이행하지 않은 경찰에 대해 검사가 경찰 측에 징계 요구할 수 있게 해둔 조항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같은 기관에서 징계 여부를 판단할 경우 ‘제 식구 감싸기’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완수사 이행 기간을 원칙적으로 1개월로 못 박은 부분도 논란이다.
권 변호사는 “보완수사가 필요한 사건은 추가 증거 확보와 관계인 조사 등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한 달 안에 무조건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면 오히려 더 부실한 보완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짚었다.
◆”국가가 담당할 수사 감독 책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꼴”
피해자 측에서는 수사 기록 열람·복사권과 수사 중 이의제기권이 포함된 점은 진전이지만, 국가가 담당해야 할 수사 감독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범죄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해 온 안지희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수사 지연에 대한 이의제기 장치는 필요하다면서도 “피해자에게 국가의 책임을 전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피해자가 찾아내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건 당사자들이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 서비스에 지불하는 비용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찰이 초기 단계에서 증거를 확보하고 법률적 쟁점을 제대로 짚지 못하면 검찰 단계에서 한 번 더 보완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사건 당사자들이 수사 초기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대응해야 할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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