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점거된 ‘잠실 개표소’, 대관료 1500만→1억756만원…법적다툼 우려도

[서울=뉴시스]이다솜 신유림 기자 =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시설 대관료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시위대 봉쇄로 개표함 반출이 지연되면서 선관위가 추산한 예상 대관료는 이미 1억원을 넘어섰고, 향후 비용 부담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법적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 26일 한국체육산업개발과 올림픽핸드볼경기장 대관 계약을 체결하고 대관료 1500만원을 납부했다.

계약상 대관 기간은 지난 1일 오전 7시부터 4일 오전 7시까지였다. 그러나 경기장 내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면서 개표함 반출이 이뤄지지 못했고 선관위는 이날까지 시설을 반환하지 못하고 있다.

선관위는 시설 운영 주체가 산출한 기준에 따라 오는 30일까지 사용이 이어질 경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관료를 1억756만4700원으로 추산했다. 당초 계약 금액의 7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시위 종료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선관위 역시 대관 종료일을 ‘미정’으로 두고 있어 봉쇄가 장기화될수록 비용 부담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까지 선관위가 실제 납부한 금액은 최초 계약 당시 지급한 1500만원이 전부다. 추가 대관료는 아직 정산되지 않았다. 다만 개표함이 여전히 경기장 내부에 보관돼 있는 만큼 향후 시설 운영 주체와 정산 절차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 관계자는 “대관료와 관련한 별도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고 있으며 향후 비용 정산 방식과 감면 여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설 운영 주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 역시 현재로서는 추가 비용 청구나 손해배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우선 상황 종료를 지켜본 뒤 책임 소재와 정산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현재는 사태가 안전하게 마무리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상황 종료 이후 추가 비용 산정과 후속 조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법적 책임 소재는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설 운영 주체가 추가 비용을 청구할 경우 선관위가 이를 부담해야 하는지, 또는 시위 참가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놓고 법적 해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계약 기간을 넘겨 시설을 사용하고 있지만 선관위가 자발적으로 반환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시위대의 점거로 인해 반환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석상엽 법무법인 일로 변호사는 “계약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시설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면 법률적으로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가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선관위가 자발적으로 반환하지 않는 것이 아닌 만큼 구체적인 계약 내용과 경위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관위가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면 시위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원론적으로는 가능하다”며 “다만 시위의 위법성, 손해 발생, 인과관계 등이 모두 인정돼야 해 실제 책임이 인정될지는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개표 업무를 마친 뒤에도 시위로 인해 시설을 반환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추가 비용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선관위에 묻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선관위는 선거 일정을 마친 뒤 시설을 반환하려 했지만 제3자의 점거로 인해 반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법상 불가항력에 따른 면책을 주장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대관료 감면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한국체육산업개발의 대관 운영 시행 세칙에는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 경우 대관료 반환 또는 감면을 검토할 수 있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다만 선관위가 제출한 자료에는 현재 해당 규정에 따른 감면 적용은 없는 것으로 기재됐다. 이에 따라 개표소 봉쇄 사태가 규정상 ‘사회적 문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향후 비용 정산 과정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규정이 선관위 측의 방어 논리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한 대관 계약 문제를 넘어 사회적 갈등에서 비롯된 특수한 사례라는 점에서 감면 규정 적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 명예교수는 “만약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추가 대관료를 청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요구할 경우 선관위 입장에서는 해당 규정을 근거로 감면 또는 면책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관위가 방어하기에 유리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석 변호사도 “사회적 문제에 해당한다고 해석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다만 관련 판례나 적용 사례가 많지 않아 실제 감면 여부는 규정 해석과 당사자 간 협의, 필요할 경우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석 의원은 “대관료가 불어난 것은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시위가 길어질수록 국민의 세금이 새는 것은 물론, 그 기간만큼 참정권 회복도 늦춰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조속히 투표함 이관 문제가 마무리되고 국정조사와 수사 등을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제도개혁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citizen@newsis.com, spic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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