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상복구를 승리라 부르나”…이란과 종전 합의한 트럼프에 외신 ‘냉소’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합의를 발표하며 이를 주요 외교적 성과로 자평했다. 그러나 미국 주요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스스로 촉발한 위기를 전쟁 이전 상태로 되돌려놓았을 뿐이며, 이를 치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합의의 실질적인 내용이 전쟁 전의 ‘현상 유지’ 수준에 그쳤거나, 오히려 미국에 불리한 조건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만든 문제를 해결하며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다면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이유가 없었음을 지적하며, 오히려 미국이 전쟁 전에는 없었던 ‘해협 통행료 존치 여부’를 두고 이란과 추가 협상을 벌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승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합의가 핵무기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재개를 약속했지만, 미국과 이란 당국자들이 합의 조건을 서로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CBS 뉴스도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이 여전히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를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와 검증 절차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문제 해결이라는 당초 목표에서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WSJ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해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협상하겠다는 약속만 받아들이고 있다며, 가장 어려운 핵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은 신뢰를 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이번 합의가 이행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고 해상 충돌을 완화하며, 에너지와 식량 가격 충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전쟁 종식을 위한 첫 단계일 뿐이며, 향후 포괄 협상에서 핵 문제와 지역 안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짚었다.

AP통신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합의에도 원유 흐름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해협 주변에 묶인 상선과 유조선, 기뢰 제거와 안전 점검, 선사들의 법적·안보상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AP는 국제유가가 합의 소식에 하락했지만, 소비자들이 곧바로 에너지 가격 안정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변수도 남아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과의 합의를 “트럼프의 결정”으로 표현하며,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 자유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세력 문제와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도 합의의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외신들은 이번 합의가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전쟁 피로감과 유가 부담을 낮추려는 정치적 조치로 해석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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