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최근 러닝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달리기는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운동이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별도의 장비나 공간 제약 없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어 전 연령층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심폐 기능 향상과 체력 증진은 물론, 스트레스 완화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선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 뒤에는 주의할 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신체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건강을 위협할 수 있으며, 심박수를 급격히 높이는 과정에서 평소 드러나지 않던 심장 리듬 이상이 나타날 수 있는만큼 운동 중 발생하는 이상 신호를 간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부정맥은 심장의 전기 신호 생성이나 전달 과정에 이상이 생겨 맥박이 지나치게 빠르거나(빈맥), 느리거나(서맥), 혹은 불규칙해지는 질환을 통칭한다. 정상적인 심장은 일정한 리듬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지만, 이 리듬이 깨지면 전신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부정맥 환자 수는 약 147만명으로 5년 새 22.5%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고령층 환자 비중이 높지만, 환자 수는 40대부터 뚜렷하게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30대 환자가 약 3만6천 명인 것에 비해 40대는 8만5000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50대(18만9000명), 60대(39만7000명)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환자 수도 늘고 있다. 이는 노화에 따른 심장 구조·기능 변화와 심혈관 위험 요인 누적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정맥의 대표적 증상은 가슴 두근거림, 맥박이 건너뛰는 느낌, 답답함 등이다. 상태가 악화되면 심한 어지럼증이나 호흡곤란, 실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심방세동이나 심실성 부정맥은 뇌졸중이나 돌연사의 위험을 높일 수 있음에도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나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구지훈 한양대학교 교육협력병원 센트럴병원 순환기내과 부원장은 “운동 시 심박수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박동이 불규칙하거나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어지럼증, 호흡곤란이 동반된다면 부정맥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러닝과 같은 고강도 유산소 운동은 심박수를 빠르게 높여 심장에 부담을 주며, 이 과정에서 평소 드러나지 않던 부정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심박수가 급격히 상승하면 세포의 흥분성이 일시적으로 높아져 작은 전기적 변화에도 박동 리듬이 쉽게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프로 운동선수들조차 경기 중 갑자기 쓰러지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도 이처럼 운동 부하가 극대화되는 시점에 잠재되어 있던 이상 신호가 표출되기 때문이다.
운동 중 느껴지는 기분 좋은 활력인 ‘러너스 하이’와 위험 신호인 부정맥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러너스 하이는 운동 강도를 낮추면 서서히 안정되는 반면 부정맥은 ▲맥박이 불규칙하게 요동치거나 ▲운동을 멈춰도 심장 박동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며 ▲어지럼증이나 가슴 답답함, 시야 흐림 등 불쾌한 증상을 동반하므로 이런 징후가 나타나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부정맥은 심전도 검사로 진단하지만,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나 일회성 검사만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때는 홀터(Holter) 검사를 통해 심장 리듬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진단 정확도를 높인다.
최근 의료현장에서는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AI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심장 리듬 변화를 연속적으로 관찰하고 있으며, 수술 전·후 등 전신 상태 변화가 있는 환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시적 이상 신호를 포착하고 만성질환자의 변화 양상을 확인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치료는 부정맥의 종류에 따라 원인을 교정하고 심장 리듬을 안정화하는데 중점을 둔다. 약물치료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을 유지하고, 혈압·혈당·콜레스테롤 등 심혈관 위험 요인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술, 담배를 삼가고,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심장 리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충분한 수면과 수분을 유지하는 등 생활 습관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
구지훈 부원장은 “부정맥은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평소 건강하다고 느끼더라도 운동 중 느껴지는 활력과 이상 신호를 구분하고, 정기적인 검진과 생활 습관 개선을 실천하는 것이 안전하게 운동을 지속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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