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지금] AI가 일자리 뺏는다더니…의사·변호사 몸값 더 뛰었다, 왜

[지디넷코리아]

생성형 인공지능(AI) 고도화 경쟁이 고숙련 인력 시장의 판을 바꾸고 있다. 변호사·의사·개발자 등 전문직 계약자를 AI 학습과 검증에 투입하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인재 매칭 플랫폼들이 연 매출 1조원 안팎 규모로 몸집을 키우는 등 ‘AI 시대형 전문 인력 공급망’이 새로운 산업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14일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미국 인재 매칭 플랫폼 핸드셰이크의 AI 학습용 인력 공급 사업 연환산 총매출은 최근 10억 달러(약 1조4767억원)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월 연환산 총매출은 약 5억5천만 달러 수준이었으나, 단기간에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나 신규 사업 개시 1년 만에 ‘유니콘급 매출 체력’을 확보하게 됐다.

같은 분야 스타트업 머코어(Mercor)도 올해 초 연환산 총매출 1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연환산 총매출 5억 달러 수준에서 반년 만에 두 배 성장한 것으로, 외부 전문가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3억~4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현금흐름 기준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구글 제미나이)

이번 급성장은 AI 모델 개발의 병목이 연산 자원이나 공개 데이터에서 도메인 전문성 기반의 인간 피드백으로 이동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초기 생성형 AI 시장이 범용 웹 데이터와 단순 라벨링 인력에 의존했다면, 최근에는 법률 검토, 의료 추론, 박사급 과학 문제 풀이, 고급 코딩 검증 등 전문직 수준의 평가 데이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오픈AI, 앤트로픽, 메타 등 주요 AI 기업들이 모델의 추론 성능과 에이전트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외부 전문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수익의 60~70%를 계약자에게 지급하는 구조로, 사람을 많이 투입할수록 매출이 커지는 일종의 ‘AI 시대형 전문 인력 파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시장에도 적잖은 파급이 예상된다. 금융·법률·제조·공공처럼 규제와 정확도가 중요한 산업에서 한국어 기반 전문 데이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업계선 기존 데이터 가공 기업뿐 아니라 대형 SI, 클라우드, 전문직 플랫폼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자체 거대언어모델(LLM)과 산업 특화 에이전트를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 풀 확보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외부 전문가 네트워크를 대규모로 운영하는 구조상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보안 리스크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머코어는 최근 오픈소스 도구 해킹 여파로 데이터 유출 사고를 겪으며 일부 고객사 협업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AI 산업의 경쟁 축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모델에서 ‘전문가 데이터 공급망’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누가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느냐보다, 누가 더 양질의 전문직 피드백 네트워크를 구축하느냐가 서비스 완성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가 고도화될수록 범용 데이터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의사·변호사·회계사·개발자 등 직무별 전문가 풀을 얼마나 빠르게 조직해 모델 학습과 검증에 투입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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