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고(故) 이춘식 할아버지의 강제노역 배상금 지급이 이 할아버지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이 할아버지의 장남 창환씨로부터 관련 고발장을 접수받아 수사 중이라고 7일 밝혔다.
창환씨는 지난 1월 동생 A·B씨를 사문서위조·동행사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창환씨는 고발장을 통해 “동생들은 지난해 알츠하이머 치료 차 투병중인 아버지에게 ‘병원 관련 서류다’며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의 판결금 지급 신청서 양식을 내밀어 서명을 받아갔다”며 “아버지 뜻과 무관하게 판결금 지급 신청서가 작성됐다.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달라”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발장을 접수받은 경찰은 최근 재단을 압수수색해 A씨 등이 제출한 서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할아버지가 서명 당시 의사 능력을 갖췄는지 판단하기 위해 투병했던 병원들로부터도 관련 서류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입수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이 할아버지는 1940년대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의 이와테현 가마이시 제철소에 강제 동원돼 고된 노역에 시달렸다. 당시 나이는 17세였다. 그러나 일제 패망 뒤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귀국했다.
이후 다른 노동자 3명과 1997년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면서 1인당 1억원의 위자료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패소한 뒤 2005년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다.
이 할아버지는 소송 13년 8개월 만인 2018년 10월 강제징용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당시 원고 4명 중 살아서 선고를 들은 사람은 이 할아버지 뿐이었다.
그러나 피고 일본 기업들이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한일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23년 3월 재단이 민간 기부금을 받아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3자 변제안을 해법으로 내놨다. 재단의 재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자금을 받은 국내외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조성됐다.
이 할아버지는 배상금 수령을 거부해오다 지난해 10월 수령, 지난 1월27일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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