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반대로 돌지”…적색왜성 주위 거꾸로 도는 외계행성의 비밀

[지디넷코리아]

과학자들이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처럼 붉은 항성 주위를 반대 방향으로 공전하는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적색왜성 GJ 3090 주위를 역행 궤도로 도는 외계행성 ‘GJ 3090 b’가 발견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GJ 3090 b가 항성의 자전 방향과 반대로 공전하는 이유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태양계의 행성과 위성 대부분은 항성의 자전 방향과 비슷한 방향으로 공전한다. 일반적으로 새롭게 형성된 천체는 원시행성계 원반의 회전 방향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공전 방향을 바꾸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원시 행성 원반이 어긋난 채로 별 주위를 공전하는 외계 행성의 모습을 상상한 모습 (이미지=NASA/JPL-Caltech/R. Hurt, K. Miller (Caltech/IPAC))

물론 다른 방향으로 공전하는 ‘역행 궤도’ 행성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항성계 내 다른 거대 천체의 강력한 중력에 의해 행성의 궤도가 크게 교란되면서 역행 궤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지난달 21일 국제학술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GJ 3090 행성계에는 행성의 궤도를 이처럼 극단적으로 변화시킬 만한 거대한 천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 공동 저자인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천문학자 얀 카르테레는 “우리는 행성을 이처럼 극단적인 궤도로 몰아넣을 수 있는 거대한 동반 천체를 찾았다”며 “이 시스템이 어떻게 이러한 특이한 구조를 갖게 됐는지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봐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칠레 라시야 천문대의 직경 3.6m 망원경에 설치된 두 대의 외계행성 탐사 장비를 이용해 총 23시간 동안 GJ 3090을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GJ 3090 b가 항성 앞을 지나가는 현상을 10차례 포착했다. 행성이 항성 앞을 지날 때는 지구에서 관측되는 항성의 밝기가 일시적으로 감소한다. 연구진은 이때 나타나는 밝기 감소의 정도와 지속 시간을 분석해 행성의 크기와 궤도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

이번 발견을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는 GJ 3090이 M형 왜성이라는 점이다. M형 왜성은 크기가 작고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으며 밝기도 어두워 관측이 쉽지 않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M형 왜성조차 맨눈으로는 볼 수 없다.

원시 행성 원반으로 둘러싸인 항성의 모습. 항성이 생성될 때 남은 물질들이 뭉쳐 행성을 형성할 수 있다. (이미지=NASA/JPL-Caltech)

그러나 M형 왜성은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별의 약 4분의 3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들 주변의 행성계를 연구하는 것은 은하 내 외계행성의 형성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GJ 3090 행성계에는 해왕성보다 작은 행성이 2~3개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각각의 행성은 항성을 16일 이내에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장 안쪽에 위치한 GJ 3090 b는 약 2.9일에 한 번씩 항성을 공전한다. 특히 이 행성의 공전 궤도는 항성의 자전축과 약 136도 기울어져 있다. 이는 행성이 항성의 자전 방향과 거의 정반대 방향으로 공전하고 있다는 의미다.

GJ 3090 b는 항성에 가장 가까운 행성이기 때문에 외부의 거대한 행성이나 숨겨진 쌍성 동반성의 중력에 의해 궤도가 크게 교란됐을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같은 항성계에 있는 다른 행성들은 역행 궤도를 보이지 않는다.

연구진은 GJ 3090 b의 특이한 궤도가 행성계 형성 과정에서 발생한 독특한 사건의 결과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초기에는 항성 주변에 일반적인 방향으로 회전하는 원시행성계 원반이 존재했지만, 이후 외부에서 대량의 가스와 먼지가 유입되면서 기존 원반의 방향과 구조가 크게 바뀌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방향의 원반이 형성되고, 그 안에서 만들어진 행성이 기존 행성들과 반대 방향으로 공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연구 공동 저자 제네바대학교 천문학자 빈센트 부리에르는 “두 번째로 방향이 다른 원반을 통해 행성계가 재구성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특히 흥미롭다”며 “이는 젊은 별 주변의 환경이 행성계의 구조를 결정하는 데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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