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주변에 삼성·국정원이 있는지 확인하라”

[지디넷코리아]

“항상 주변에 삼성전자와 국정원이 있는지 확인하라. (한국) 입국이 금지되거나 체포되면 위챗(중국 SNS)으로 하트 4개를 보내라.”

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중국 D램 업체) CXMT 근무 시절 다른 한국인 공정 엔지니어에 비해 (자신은) 역할이 미미했다”고 주장하던 피고인은 CXMT 근무 시절 이러한 보안지침이 있었다는 사실은 시인했다.

피고인은 지난 2016년 8월 CXMT에 가장 먼저 입사한 삼성전자 출신 한국인 2명 중 1명이다. CXMT가 한국인을 대거 채용하기에 앞서 10명으로 구성했던 한국개발팀 일원이었다. 그는 CXMT 입사에 앞서 삼성전자에선 28년 근무했다.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은 2016년 CXMT의 18나노미터(nm) D램 반도체 공정 투자 계획 ‘허페이(H) 프로젝트’ 추진과 관련해 “(CXMT에서 함께 근무했던 삼성전자 출신 등 한국인 직원들로부터) 설비투자 관련 자료를 취합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18나노 공정 기술 자체에 대해선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전자 근무 시절에도 40나노 공정까지만 경험했기 때문에, (2016년 기준 첨단이었던) 18나노 공정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자료=CXMT)

피고인은 CXMT 근무 시절 ‘삼성전자 18나노 공정’을 뜻하는 ‘D18’이란 단어를 포함한 이름의 파일을 자신의 USB에 저장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당시 ‘D18’은 삼성전자는 물론 마이크론도 사용했던 용어로, 18나노 공정을 뜻하는 (반도체 업계) 일반 용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 “당시 18나노를 양산했던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반박하지 않았다. 마이크론은 당시 18나노 공정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CXMT는 이후 18나노 공정 D램을 양산하기 위해 삼성전자 출신 등 한국 인력을 추가 채용했다. 이때 ‘임플란터'(이온 주입 장비) 전문가 A씨도 CXMT에 영입됐다. A씨 영입 후 ‘PRP'(Process Recipe Plan·공정 설계도)도 큰 폭으로 바뀌었다.

검찰은 “CXMT가 당초 PRP 세부 공정 단계를 536개로 설계했지만, 임플란터 전문가 A씨를 영입한 뒤 615개로 늘었다”며, 피고인에게 “PRP 단계가 크게 늘었는데, 삼성전자 기술이 유출됐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며 추궁했다. 피고인은 “(삼성전자 기술 유출 가능성을) 의심만 했다”고 답했다.

피고인은 1심에선 PRP를 “(삼성전자 출신) 공정 엔지니어들의 기억에 의존해 재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에선 “엔지니어 기억에 의존해 PRP를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바꿨다.

피고인과 함께 CXMT에 가장 먼저 같이 입사한 B씨는 6년 징역형을 받았다. B씨와 피고인은 2016년 8월 CXMT 입사 직후 임원진 앞에서 ‘허페이 프로젝트’ 관련 자료도 발표했다. 피고인은 관련 자료 작성 과정에서도 자신은 역할이 미미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은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2심 선고는 이달 하순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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