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행 여객기서 조종사 흉기 공격…네타냐후 “추락 시도한 듯”

[서울=뉴시스] 문예성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던 여객기에서 조종사 한 명이 다른 조종사를 흉기로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객기는 급강하한 뒤 사우디아라비아에 비상착륙했으며, 승객과 승무원들이 공격자를 제압하는데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30일(현지 시간) AP통신과 CNN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영상 연설에서 “비행기가 우리나라에 접근하던 중 조종사 한 명이 다른 조종사를 흉기로 찔렀다”며 “승객들을 태운 채 비행기를 추락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한 안보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여객기 탑승객 거의 전원이 이스라엘인이었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항공편은 두바이에서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으로 향하던 플라이두바이 FZ1073편이다. 여객기에는 약 180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소식통들은 CNN에 부기장이 기장을 흉기로 찌른 뒤 여객기 납치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목적이 여객기를 추락시키는 것이었는지, 승객들을 인질로 잡으려는 것이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해당 부기장은 오만 국적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여객기는 두바이에서 이륙한 지 약 2시간30분 뒤 2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고도가 3만3000피트에서 1만7000피트로 떨어졌다. 약 1만m 상공에서 약 5200m까지 급강하한 것이다.

이후 요르단 국경 인근에서 불규칙하게 선회하다 약 1시간 뒤 사우디 북서부 타부크에 착륙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통화한 승객의 설명을 인용해 여객기가 급강하하기 시작하자 승객 한 명과 승무원 한 명이 조종실로 진입했고, 이후 다른 승무원들이 조종을 맡았다고 전했다.

그는 “탁월한 기지와 용기를 보여준 이 영웅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많은 생명을 구하고 대형 참사를 막았다”고 강조했다.

AP가 확인한 소셜미디어 영상에는 피를 흘리는 남성 두 명이 기내 바닥에 누워 있는 모습이 담겼다. 두 사람이 응급처치를 하는 것으로 보였고, 다른 두 사람은 조종실을 지키고 있었다. 영상 속 한 사람은 히브리어로 “우리가 조종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기체가 흔들리는 가운데 승객들이 울거나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탑승객의 어머니인 야스민 아부카시스는 딸과의 통화 내용을 전하며 “누군가 ‘도와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객기가 통제력을 잃기 시작하면서 승객들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고 전했다.

승객들은 이스라엘 채널12에도 기내 앞쪽에서 조종사 간 다툼과 관련한 고함이 들렸고, 이후 여객기가 급강하했다고 밝혔다. 한 승객은 이스라엘 언론에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 순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우디 국영 알아크바리야 방송이 전한 타부크 프린스 술탄 빈 압둘아지즈 국제공항 성명에 따르면 여객기는 오전 8시44분 조난 신호를 보낸 뒤 오전 9시45분 안전하게 착륙했다.

기장과 부기장은 모두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지 당국은 승객들에게도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역 관계자가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우디 당국이 해당 항공편의 조종사 한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여객기 납치 가능성을 우려해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켰다. 네타냐후 총리와 국방장관은 안보 협의를 진행했으며, 당국은 군용기나 민간 항공기를 보내 승객들을 귀국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플라이두바이는 해당 항공편이 비행 중 사건을 겪고 타부크에 착륙했다고 확인하면서 “관련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공식 외교관계가 없지만, 2022년 이스라엘 항공편의 자국 영공 통과를 허용했다. 이후 이스라엘인 승객을 태운 항공기의 비상착륙에 여러 차례 협조했으며, 2023년에도 전기계통 이상을 겪은 여객기의 착륙을 지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phis73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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