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을 타고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효성중공업에서 성과 배분 문제가 새로운 노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출범한 사무직 노동조합이 기존 금속노조 산하 노조보다 많은 조합원을 확보해 교섭대표노조가 되면서 내년 초 지급될 성과급 수준에도 관심이 쏠린다.
20일 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 사무직 노조는 지난 6월 출범한 이후 조합원 수를 늘리며 기존 생산직 중심 노조를 제치고 교섭대표노조 역할을 맡게 됐다. 현재 사측과 첫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진행 중이다.
효성중공업에서 사무직 노조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출범 당시 근로조건과 복리후생, 인사·평가 제도 등에 사무직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할 공식적인 창구가 필요하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전력기기 시장 호황에 따른 성과 보상 기대도 노조 출범 배경 중 하나로 꼽혔다.

효성중공업 실적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5조9685억원, 영업이익은 747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21.9%, 106.1%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에도 매출 1조 6870억원, 영업이익 2643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다시 썼다. 상반기 신규 수주는 7조 4981억원으로 늘면서 회사는 연간 수주 목표를 기존 8조 4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상향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월 변압기와 차단기 등을 담당하는 전력퍼포먼스유닛(PU) 임직원에게 월 급여 약 300% 수준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같은 전력기기 업종인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은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각각 약정임금의 1195%, 기준급여의 1180% 수준을 지급했다. LS일렉트릭에서는 개인별로 최대 2600% 수준을 받은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성과급 지급률 산정 기준이 회사마다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전력기기 3사 가운데 영업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효성중공업 내부에서는 보상 수준에 대한 불만이 제기돼왔다. 지난해 효성중공업의 영업이익이 106.1% 증가하는 등 실적 성장세가 가팔랐음에도 성과급 지급 수준은 경쟁사보다 낮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은 사업부 실적과 연초 목표 달성도 등을 반영해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회사도 공식 인사제도를 통해 사업부 평가와 조직 목표 달성도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추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년 초 지급될 성과급이 올해 수준을 크게 웃돌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성과급이 연간 경영성과를 토대로 이듬해 초 지급되는 만큼 올해 연간 실적이 얼마나 개선되느냐가 최종 지급 규모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사무직 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나서면서 성과급 규모뿐 아니라 산정 기준과 사업부별 격차 등이 교섭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같은 전력기기 호황을 누리는 경쟁사들의 노사 분위기는 엇갈리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성과 배분을 놓고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함께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쟁의권을 확보했다. 올해 초에는 선임 이하 직원에게 약정임금 1195% 수준 성과급이 지급됐지만, 책임급 이상 직원에게 적용된 1000% 상한을 두고 내부 불만도 제기됐다. 회사는 이후 성과급 산정 기준을 손질해 향후 지급분부터 상향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반면 LS일렉트릭은 지난 7월 올해 임단협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교섭으로 타결했다. 노조가 교섭을 회사에 위임하면서 글로벌 전력시장 호황기에 투자와 성장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LS일렉트릭 역시 올해 초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기준급여 1180% 수준의 역대 최대 성과급을 지급했다. HD현대일렉트릭도 1195% 수준을 지급했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어 업계에서는 올해 연간 성과를 반영해 내년 초 지급되는 성과급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최종 지급률은 각 사의 연간 실적과 내부 산정 기준, 노사 협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력기기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미국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이어지면서 높은 수익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수록 이를 임직원과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도 노사 관계의 주요 변수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효성중공업으로서는 올해가 특히 중요하다. 창사 첫 사무직 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올라선 상황에서 사상 최대 실적의 과실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새 노사관계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