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
한국은 제조업 로봇 밀도 세계 1위 국가지만 공장에 축적된 데이터를 의사결정과 생산성 향상에 활용하는 비율은 세계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과 설비가 현장에서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 생산 과정에 다시 연결할 것인지가 제조업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월드로보틱스 2025’ 기준 한국의 제조업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명당 1220대로 세계 1위다. 반면 로크웰오토메이션이 올 상반기 발간한 ‘제11차 스마트 제조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이 수집한 데이터를 의사결정 등에 활용하는 비율은 34%로, 글로벌 평균 43%를 밑돌았다. 인공지능(AI)·머신러닝 기투자율도 28%로 글로벌 평균 50%보다 낮았다.
문제는 데이터 수집량만이 아니다. 제조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설비 상태나 생산량 같은 데이터뿐 아니라, 설비가 어떤 조건에서 움직였고 품질과 생산성에 어떤 변화가 발생했는지를 보여주는 ‘행동-결과 데이터’다. 공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해야 AI가 이를 학습하고 그 결과를 다시 설비와 로봇의 운용에 반영할 수 있다.

정부 역시 피지컬 AI 시장 경쟁에서 데이터 확보를 주요 과제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월 말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피지컬 AI 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한 데 이어, 7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담은 ‘피지컬 AI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을 공개했다.
피지컬 AI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에는 데이터·기술·확산·생태계 등 4대 추진 방안이 담겼다. 특히 데이터 분야에서는 부처와 사업별로 흩어진 데이터를 모아 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로봇 행동데이터 등 범용 데이터와 제조·모빌리티·농업 등 현장 특화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데이터 품질 관리도 추진한다. 데이터의 유효성을 검증하고 상호운용성 표준을 마련해 기업이 AI 학습과 실증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기술 개발도 현장 실증과 연결한다. 정부는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월드모델, 온디바이스 AI를 위한 컴퓨팅 플랫폼을 핵심 기반기술로 제시하고 이를 제조 현장에 실증할 계획이다. 경남에서는 제조 장비가 공정 상태를 예측해 스스로 최적 제어하는 자율 정밀제조 기술을 개발한다. 전북에서는 공장 상황 변화에 맞춰 미래 상태를 예측하고 유연하게 생산하는 공장 운영 기술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민간에서는 이미 제조 공정에 AI를 적용하고 현장 데이터를 축적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마키나락스는 데이터 수집부터 모델 학습, 하드웨어 실행, 현장 피드백까지 연결하는 AI 운영체제(OS)를 통해 자동차·반도체·조선·국방 분야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금까지 현장에 적용한 AI 모델은 6000개 이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6개 공장에서 1400대가 넘는 산업용 로봇에 예지보전 AI를 적용해 로봇의 동작 품질 이상과 고장 전조를 잡아내고 있다. 용접 공정에서는 3차원(3D) 비전 AI가 용접 궤적을 스스로 생성하도록 해 로봇 가동률을 두 배로 높이고 품질 검출력을 98% 이상으로 표준화했다.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는 이달 초 열린 산업 AI 컨퍼런스 ‘어텐션 2026’에서 “산업 현장은 99%에 가까운 정밀도를 요구한다”며 “AI 거품론을 끝내려면 AI가 컴퓨터 안을 벗어나 현실 세계에서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