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
다른 행성에 인류를 정착시키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특히 화성에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거주지를 건설하는 것은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이런 가운데 중국 연구진이 화성에 존재하는 자원과 일부 생체 재료를 활용해 화성에 건축물을 짓는 방법을 제시했다.
IT매체 씨넷은 최근 중국 연구진이 젤라틴과 효모, 화성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화성의 모래를 저강도 콘크리트와 유사한 소재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학술지 ‘켐 서큘래리티(Chem Circularit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은 젤라틴과 효모, 화성 토양을 활용해 건축 소재를 제작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세 가지 재료를 혼합하면 화성의 건조하고 차가우며 기압이 낮은 환경에서 동결건조가 진행되면서 다공성의 거품 같은 구조를 가진 소재가 만들어진다. 연구진은 이 소재가 화성에서 건축물을 짓는 데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갖는 것으로 확인했다.
논문 수석 저자인 지센 추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는 성명을 통해 “동결건조한 과일이 더 단단해지는 현상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이러한 원리를 활용해 새로운 소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방법으로 제작한 소재의 압축강도는 10~12㎫(메가파스칼) 수준이다. 이는 지구에서 사용되는 저강도 콘크리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지구 기준으로 1~2층 규모의 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정도다. 특히 화성의 중력이 지구의 약 38%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화성에서 구조물을 건설하는 데 충분한 강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다만 방사선 차폐 문제는 별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추 교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약 2㎜ 두께의 화성 토양으로 채운 이중벽 구조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젤라틴과 특수 제작한 효모, 분쇄한 화성 암석, 물을 이용해 소재를 제작했다. 젤라틴은 젤리와 같은 식품에 사용되는 재료다. 효모에는 홍합이 바위에 달라붙을 때 사용하는 단백질을 입혀 접착력을 높였다.
이렇게 만든 혼합물은 화성의 극도로 낮은 온도와 기압 때문에 빠르게 동결건조된다. 이 과정에서 물이 고체 상태에서 액체를 거치지 않고 기체로 직접 승화하면서 다공성 구조를 가진 건축 소재가 남게 된다. 동결건조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연구진은 혼합물을 실시간으로 3D 프린팅하는 방식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일반적인 조립식 3D 프린터도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혼합기를 밀폐해 재료가 압출되기 전에 내부 압력을 조절할 수 있다. 표준 블록 형태로 주조하거나 출력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모의 화성 환경에서 와인 코르크 정도 크기의 작은 벌집 모양 구조물 2개를 3D 프린팅해 기술을 시험했다. 연구진은 향후 이 공정을 대규모 건축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 소재는 재활용 가능성도 갖고 있다. 구조물의 수명이 다하면 이를 분해해 생물반응기에 넣고, 효모가 살아 있는 동안 같은 재료를 다시 만들어 새로운 건축물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를 화성에 보내는 것 자체가 이미 매우 어려운 과제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화성 유인 탐사와 정착 계획을 제시했지만, 당초 예상보다 일정이 상당히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을 화성에 보내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화성에 도착한 뒤에는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거주지를 마련해야 한다. 화성은 일교차가 매우 크고 대기가 지구보다 훨씬 희박해 강한 우주•태양 복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화성 거주지를 어떻게 건설할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연구팀의 접근법은 화성의 환경 자체를 건축 과정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차이가 있다. 기존의 많은 연구는 지구에서 건축 자재와 구조물을 제작한 뒤 화성으로 운반하거나, 지구와 유사한 환경에서 구조물을 만든 후 화성 환경에 노출해 내구성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연구팀은 화성에 이미 존재하는 토양과 현지 환경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건설 과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에서 모든 건축 자재를 화성으로 운반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기술은 향후 달 기지 건설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추 교수는 달에 충분한 물이 있거나 최소한 재료를 혼합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재활용수가 확보된다면 비슷한 방식으로 건축물을 제작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