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각자 갈 길 가자”…효성 조현준, 법정서 조현문에 소송 중단 호소

[지디넷코리아]

“각자의 갈 길을 가기 위해 지분 정리를 하자고 여러 번 부탁했다.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아버님 재산 유류분 관련 소송이었다. 제발 소송·고소·고발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재산상의 이득을 원한다면 거기에 응하겠다. 소송을 통해 언론전을 펼치고 강압적으로 무릎 꿇게 만드는 행태를 그만해줬으면 해서 재판에 나온 것이며, 이는 아버님(고 조석래 회장)의 유언이기도 하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과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의 강요미수 혐의 1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화해 의사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효성가의 이른바 ‘형제의 난’은 2014년 조 전 부사장이 형인 조 회장과 효성 주요 임원들의 횡령·배임 의혹 등을 제기하며 고소·고발에 나서면서 본격화했다. 조 회장은 2017년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을 협박했다며 맞고소했다. 지난해 별세한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유언을 통해 형제간 화해를 당부하고 조 전 부사장에게도 유류분을 웃도는 재산을 남겼지만 법적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조현문(오른쪽 사진) 전 효성 부사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강요미수 혐의 1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 회장은 “(단빛)재단 설립 때도 그렇고 조현문 측 변호사를 통해 ‘더 이상 각자의 길을 갔으면 좋겠다, 정리를 하자’고 여러번 부탁했다”며 “유류분 소송을 또 시작해야 한다는 참담한 현실이 저희 가족을 너무 괴롭히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발 각자의 길을 갔으면 좋겠다”며 거듭 소송 중단을 요청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조 회장과 조현문 측 사이의 과거 비상장사 지분 정리 문제뿐 아니라 조 회장의 과거 검찰·법정 진술의 신빙성, 이른바 ‘찌라시’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는 김앤장 시니어 변호사의 신원 공개 여부 등을 놓고도 첨예한 공방이 벌어졌다.

재판 말미에는 검찰이 압수한 디지털 자료의 원본과 작성자·작성 시점, 압수 절차 등을 둘러싼 위법수집증거 주장까지 이어지면서 향후 증거능력 심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조 회장은 이날 조현문 측이 보유한 비상장사 지분을 적정한 가격에 매입할 의향이 있다는 뜻도 직접 밝혔다.

조 회장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 주식은 소각해 버리면 그걸로 그만이고 노틸러스효성 주식은 원하면 제가 그걸 사겠다”며 “가격을 제시하고 평가를 받아서, 그렇게 좋아하는 배임에 안 걸리려면 제대로 평가해서 그 평가액에 대해 지불하고 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자 길을 가고 더 이상 우리 가족을 고소·고발·소송, 민형사 이런 것에서 자유롭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과거에도 효성 측에서는 조현문 측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비상장 지분 교환과 정산 방안 등을 검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신문 과정에서는 김대희 변호사가 비상장 주식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지분 교환 방식과 가격 등을 검토하고, 현금 부담이 클 경우 중공업 지분 등과 교환한 뒤 차액을 정산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는 내용이 제시됐다. 다만 조 회장은 당시 관련 검토 결과를 직접 받아본 적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조현문 측 변호인은 반대신문 과정에서 조 회장이 과거 조현문 측으로부터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매입해 달라는 직접적인 요구를 받은 적은 없지 않으냐는 점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조 회장은 직접 요구가 없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조현문 측의 의사가 언론인 등 제3자를 통해 우회적으로 전달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는 “자기 말로 얘기를 하면 공갈·협박이 되니까 제3자인 기자들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기사가 안 나오게 하려면 빨리 비싼 값 주고 사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조 회장은 이날 증언 과정에서 조현문 측의 행태를 두고 ‘교활하다’, ‘법꾸라지’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조현문 측 변호인이 “비상장 주식 매각을 직접 요구받은 적은 없지 않느냐”고 묻자 조 회장은 “본인이 직접 나와서 그 얘기를 하면 공갈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안 했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또 과거 조현문 측이 재산분할이나 지분 정리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이메일 등이 제시되자 “듣고 ‘참 교활하다’고 생각했다”며 관련 녹취 등을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강요미수 혐의 사건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재주신문에서는 표현 수위가 더욱 높아졌다. 검찰이 피고인들이 법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 회장은 “표현하기는 좀 그렇지만 ‘법꾸라지’ 같이 정확하게 강요미수가 되고 돈과 협박이 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자기가 나타나지 않고 제3자의 입을 빌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야만 자기들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고 재산상의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관련된 얘기는 한 적이 없지만 끊임없이 소송을 한다”며 “제발 소송을 멈춰주고 재산 문제는 변호인끼리 만나 해결하고 각자가 갈 길을 가는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검찰 압수 문건 등을 접한 뒤 “비상장 주식을 비싸게 매각하라는 게 아니고 아예 회사를 통째로 달라고 하는 것 같다”고 고 조석래 명예회장에게 말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반면 조현문 측은 조 회장이 주장하는 비상장 주식 고가 매입 요구나 언론을 통한 압박이 실제로 조현문 측의 지시나 요구였는지를 두고 직접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맞섰다.

공판 말미에는 조 회장의 증언 신빙성을 둘러싸고 조현문 측 변호인이 재판부에 강하게 항의하는 등 법정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발단은 조 회장이 가족 관련 찌라시에 담긴 일부 내용의 사실 여부를 뒤늦게 알게 된 과정에서 김앤장 소속 시니어 변호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는 취지로 증언하면서부터다.

조현문 측 변호인은 “그 시니어 변호사가 누구냐”고 물었다. 조 회장은 “그건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변호인 측은 “증인이 말한 내용이 허위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면 시니어 변호사가 누구인지는 알아야 한다”고 재차 추궁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가운데)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의 강요미수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조 회장은 “성함은 정확히 알고 있지만 거부하겠다”고 버텼다. 이에 조현문 측은 “증언 거부권에 해당하는지는 재판부가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마음대로 거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반발했다. 변호인 측은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조 회장의 증언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급기야 조현문 측은 법정을 비공개로 전환해서라도 신원을 밝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조현문 측은 “정확한 신문을 위해 잠깐이라도 비공개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지금 상황에서 비공개로 전환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이후에도 해당 변호사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조 회장이 당시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와의 만남 현장에 조선일보 사주 측 인사가 있었다고 반복해서 증언한 부분도 도마에 올랐다.

조현문 측은 해당 인물이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면 조 회장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핵심 증인이 될 수 있는데도 왜 검찰이나 법정에서 증언하도록 요청하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추궁했다. 조 회장은 과거 재판에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해 해당 인물에게 별도로 진술을 요청할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증인신문 이후에는 검찰이 확보한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을 둘러싼 절차적 공방도 이어졌다.

피고인 측은 압수된 디지털 자료와 관련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디지털 정보에서 출력된 텍스트일 뿐”이라며 파일 원본으로 작성 시점과 작성자, 저장 위치 등 속성정보를 확인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상당수 자료에 작성자나 작성일자가 표시돼 있지 않은 만큼 원본 디지털 정보를 확인한 뒤 증거에 대한 의견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도 “작성자와 작성 일시는 확인돼야 할 것 같다”며 관련 자료의 작성 주체 등에 대한 추가 확인 필요성을 언급했다.

조현문·박수환 측은 압수수색 과정의 선별 절차 등을 문제 삼아 일부 자료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다만 재판부는 위법수집증거 주장을 하려면 문제가 되는 증거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각 증거가 어떤 압수·수집 경로를 거쳐 위법하다는 것인지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마무리됐지만 주요 디지털 증거 작성자·작성 시점 확인과 압수 절차의 적법성, 증거능력 등을 둘러싼 심리가 남아 있어 재판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법정에서도 두 형제 사이의 냉랭한 분위기는 감지됐다.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의 증언 도중 일부 답변에서 실소를 보이거나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을 보였다. 증인신문을 마친 조 회장은 동생 쪽을 바라보지 않은 채 법정을 나섰지만 조 전 부사장은 퇴장하는 형을 잠시 응시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1월 27일 공판준비기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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