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푸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영토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이 나토 영토를 공격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는 나토 영토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해서도 “좋은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이번 주 러시아 모스크바를 비공개 방문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나왔다.
랫클리프 국장은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정보기관 관계자들과 회담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직접 만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랫클리프 국장이 러시아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회담했으며 푸틴 대통령도 그의 방문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랫클리프 국장의 갑작스러운 모스크바 방문 목적을 놓고 다양한 관측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CBS뉴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랫클리프 국장이 러시아 측에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지 말라는 경고를 전달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정보당국 내부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착 상태와 서방의 군사적 부담을 틈타 나토의 대응 의지를 시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거론되는 시나리오에는 나토 동부전선의 발트 3국을 겨냥한 제한적인 군사 행동이나 사이버 공격 등 이른바 ‘회색지대’ 도발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보도에서는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 3국이 잠재적인 위험 지역으로 거론됐다. 러시아가 이들 국가를 상대로 제한적인 군사 행동을 벌여 나토의 집단방위 공약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시험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랫클리프 국장의 방문이 긴급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관측을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랫클리프 국장의 모스크바 방문을 “반(半)정례적인(semi-routine)” 방문이라고 설명하며, 나토 공격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번 방문은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가 여전히 긴장된 가운데 이뤄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동시에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 종식을 위한 외교적 접촉을 이어가고 있지만,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상대로 직접적인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에 대한 서방의 경계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중동 전쟁 개입으로 유럽 내 미군의 방공 능력과 탄약 비축량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러시아가 서방의 군사적 여력을 시험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고 있다. AP통신은 유럽 내 미국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재고가 이란 전쟁 등의 영향으로 크게 줄었다는 우려를 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나토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CIA 국장의 이례적인 모스크바 방문과 이를 둘러싼 미국 정보당국의 우려는 러시아의 대나토 군사 행동 가능성이 워싱턴에서 실제 안보 현안으로 검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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