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전민영 인턴 기자 =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75세 이상 후기고령자 부부가 서로를 돌보는 이른바 ‘초(超)노노(老老)케어’가 급증하고 있다. 돌봄을 받는 사람뿐 아니라 돌보는 사람까지 고령인 만큼 건강 악화와 경제적 부담은 물론 학대나 살인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 7월 발표한 ‘국민생활기초조사’를 분석한 결과, 돌봄이 필요한 사람과 돌보는 사람이 함께 사는 경우 가운데 두 사람 모두 75세 이상인 ‘초노노케어’ 비율은 지난해 37.1%로 나타났다.
2001년 조사에서는 18.7%였지만 약 25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75세 이상 후기고령자끼리 서로를 돌보는 비율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실제 가고시마현에 사는 88세 남성은 오른쪽 몸이 마비된 상태에서 치매를 앓는 87세 아내를 돌보고 있다.
남성은 71세 때 부부의 고향인 가고시마현으로 돌아온 뒤 약 5년 후 뇌경색을 앓았다. 후유증으로 오른쪽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졌고, 오른손잡이인 탓에 운전도 할 수 없게 됐다. 당시에는 아내가 남성을 도왔다.
하지만 약 5년 전 아내가 치매를 앓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아내의 건망증과 대소변을 못 가리는 증상이 점차 심해지면서 남성은 자신의 불편한 몸으로 당뇨병 치료를 이어가는 동시에 아내의 병원 진료에 동행하고 대소변을 처리해야 했다. 요리와 세탁 등 집안일도 그의 몫이 됐다.
남성은 “아침에 내 옷을 갈아입고 세수하는 것만으로도 40분 이상 걸린다. 도저히 계속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결국 지난해 간병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임대아파트로 이사했다. 일본의 공적 장기요양보험인 개호보험을 통한 서비스만으로는 부족한 아내의 목욕 보조와 식사 준비 등은 자비를 들여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남성의 부담을 줄였다.
도쿄에 사는 78세 남성도 목뼈가 변형되는 질환을 앓으면서 약 2년 전부터 파킨슨병과 유사한 난치병인 다계통위축증을 앓는 75세 아내를 집에서 돌보고 있다.
아내는 몸에 힘을 줄 수 없어 걷거나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도 어렵고 말하기도 힘든 상태다. 방문 요양서비스를 통해 매일 기저귀 교환을 받고 주 2회 데이서비스에서 목욕 지원 등을 받고 있지만, 남성 역시 목 수술 후 손 저림과 휘청거림 증상을 겪고 있어 간병 부담이 크다.
그는 아내를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거나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일을 직접 하고 있다. 남성 간병인 모임에도 참여하며 “지금까지 집안일과 육아를 모두 아내에게 맡겨왔던 것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돌보는 사람 역시 고령인 초노노케어에서는 간병인의 건강 악화가 특히 심각한 문제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국민생활기초조사에 따르면 80세 이상 돌봄 제공자의 약 30%, 70대의 약 20%가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좋지 않다’ 또는 ‘그다지 좋지 않다’고 답했다.
일본복지대 유하라 에쓰코 교수는 “초노노케어에서는 돌보는 사람 본인도 돌봄이 필요한 상태인 경우가 드물지 않다”며, “치매 환자끼리 서로를 돌보는 이른바 ‘인지증-인지증 간병’이나 간병이 한계에 몰린 끝에 학대와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하라 교수는 “배경에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간병은 가족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이라며 “돌보는 사람이 부담을 혼자 떠안고 지쳐가면서 미래를 비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와 지자체가 법률과 조례를 마련하고, 돌보는 사람을 사회 전체가 지원한다는 인식을 확산해야 한다”며 “돌보는 사람의 심신 상태를 파악해 적절한 지원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생노동성은 초노노케어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단카이 세대(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1949년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령화와 고도경제성장기 이후 진행된 핵가족화를 꼽았다. 단카이세대가 잇따라 75세 이상 후기고령자에 진입하면서 가족 내부에서 고령자가 고령자를 돌보는 사례가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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